시간강사가 반대하는 강사법?
 
 내년 1월 1일 시행이 예정돼 있는 고등교육법개정안(이하 강사법)에 대한 시간 강사와 학교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11년 12월 30일(금) 국회 본회의에서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올해 1월 1일(화)부터 시행하는 강사법을 통과시켰다. 같은 해 8월,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이 법안을 제출하면서“이번 개정을 통해 강사는 신분보장과 고용 안정성이 강화되고 안정적인 교육 환경을 제공받아 고등교육의 향상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조 등 법안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는 교육부가 법안을 발의한 8월부터 저지 투쟁에 돌입했다. 대학들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전국 대학 141개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84%(119개교)가 강사법을 유보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올해부터 전면 도입하자는 대학은 한 곳 뿐이었다.
 지난해 10월 31일(수) 민주통합당 유기홍 의원은 강사법의 시행을 3년 유예하는 내용을 중심으로‘고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교육부의 반대로 유예안은 그 해 11월 22일(목)에 유예 기간이 1년으로 줄어든 채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따라서 올해 1월 1일(화) 시행 예정이었던 강사법은 현재 내년 1월 1일(수)로 시행이 미뤄진 상황이다.
 
 
“말로만 교원, 그 시행 과정에서 대량 해고만 낳을 것”
 시간강사에게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실제로는 의미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행이 예정돼 있는 현 강사법의 14조 2항에는 시간강사 명칭을 강사로 변경하고, 강사를 학교의 교원에 포함시킨다고 돼 있다. 하지만 그 아래의 별도 조항에“「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및「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적용할 때에는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시간강사가 강사법 기준을 충족해 법정교원으로 인정받는다 해도 기존 정규 교수와는 다른 대우를 받게 된다. 정부에 의해 교육공무원으로 인정되지 않고 연금도 받지 못하는 데다, 학교와 1년 단위 계약을 매년 갱신해야 한다.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 사무국장은“말로만 교원일 뿐, 연금 혜택도 없고 매 해 계약을새로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강사법은 비정규직을 고착시키는 허울 좋은 법”이라고 전했다.
 강사법을 원활히 시행하기 위해 지난해 8월에통과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서“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시간강사를 강사로 간주한다.”의 조문이 시간강사들을 대량 해고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교육부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간강사의 주당 강의 시간은 3~6시간이 64.3%이고, 3시간 미만 강의 시간도 17.1%에 달한다. 이처럼 9시간 미만 강의하는 시간강사의 비율이 80% 이상으로 높다. 따라서 9시간 이상 수업하는 소수의 시간강사만을 확보한 후, 나머지 시간강사들은대량 해고당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총 사무국장은“교육부 자료에 의하면 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고용 효과는 8천명, 해고자 수는 약 1만여 명이지만 이는 국립대 기준으로만 산출한 것”이라며“사립대와 전문대등을 포함해 모든 대학의 시간강사 수를 고려하면 최대 3~4만 명까지 해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학“강사법 시행되면 재정 부담 늘어난다”
 대학 측은 비용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 강사법이 시행되면 대학은 교원으로 인정되는 강사들에게 교원으로서의 기본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서울소재 A대학 교무처 직원은“강사법이 시행돼 강사들을 교원으로 인정하면 기존에 포함되지 않았던 예산이 많이 들어간다.”며“4대 보험료를 지급해야 하며 최소 1년 계약을 해도 퇴직금까지 줘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시간강사가 교원으로 인정됨에 따라 임용과정이 복잡해진다는 의견도 있다. B대학 교무팀장은“임용 방식은 법이 시행되면서 교육부가 지침을 내리므
로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기존보다는확실히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학습권에도 피해 줘
 교육부가 대학알리미를 통해 공개한‘2013년 4년제 대학의 시간강사 비율’에 따르면 조사대상 173개교의 시간강사 평균 비율은 30.4%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후속 조치 없는 시간강사들의 대량 해고는 학생들에게까지도 피해를 줄 수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지난 3월, 박사학위가 없다는 명목으로 시간강사들을 대량 해고한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에서는 개설된 강의가 부족해 학생들이 최소 학점인 12학점도 수강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해 1학기와 비교해 핵심교양 18개 과목과 전공 31개 과목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시간강사들을 여럿 해고시키면 그만큼 전임교수들이 맡는 강의가 대폭 늘어 강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각 대학의 비전임 교수 강의 비중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표 참고).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총 사무국장은 “전공이 아닌 교양까지 전임 교수들이 떠맡는다면 준비가 부족해 강의가 부실해질 수 있는 위험이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임 교수가 아닌 새로 임용되는 강사도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문제가 된다는 상반된 주장이 있다. 한철희 숭실대 교무팀장은 <교수신문>에서“역량 있는 비전업 전문가 강사의 임용기회가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며“어떤 분을 잘못 임용하면 학생들은 연간 최대 18시간 정도의 나쁜 강의를 대책 없이 수강할 수밖에 없는 점도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별다른 대책 없어 보이는 교육부
 
 강사법이 논란이 되는 와중에도 이 법안을 제출한 교육부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교육부의 한 직원은“강사법이 유예된 것이 사회 전반의 비판여론이 높아서라기보다는 국회에서 양 정당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 여겨진다.”며“이미 법안이 제출됐으니 현재 교육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고, 의견 수렴을 해 문제가 있다면 국회에서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폐지하자는 강사들, 반응 없는 대학들
 시간강사들은 현재 강사법의 완전 폐기를 요구한다. 또한 △고등교육 재정 OECD 평균치(GDP 대비 약 1.1%) 확보 △법정전임교원 100%확보 △비전임교원의 기본 임금과 교권의 보장을 함께 주장한다.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총 사무국장은“재정이 확보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며“재정이 어려운 대학들이 학교 운영을 위해 지출을 가장 먼저 줄이는 곳이 시간강사 관련 예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현재 GDP 대비 약 0.6%밖에 되지 않는 고등교육 재정을 두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법정전임교원율을 100%만 달성해도 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대학들은 별다른 해법을 내지 못하고있다. C대학 교무팀장은“강사법이 1년 유예됐기 때문에 아직 그에 따른 뚜렷한 대책은 세우지 않았다.”며“본격적인 논의는 2학기부터 진행될 것 같다.”라고 밝혔다. D대학 교무처장도“비록 법안이 유예됐지만 이미 통과됐으며 내년에 시행 예정이니 우리는 그것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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