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화) 오후 2시 45분 진리관 522호 앞에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몰려 있었다. 교양과목인‘인문학과의 만남’수업을 듣기 위해서였다. 강의실 문이 열리자 20여 명의 학생들은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과 부딪히며 비좁은 문틈을 통과했다. 앞자리에 앉기 위해 뛰어갔지만 이미 좋은 자리는 선두권 학생들이 차지한 뒤였다. 앞자리를 놓친 학생은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뒷자리에 어쩔 수 없이 앉아야 했다. 3시 정각, 수업 시작과 함께 학생들로 가득해진 522호는 마치 콩나물시루 같았다.

 ‘인문학과의 만남’처럼 수강 인원이 70명 이상인 수업을 대형 강의라 칭한다. 이번 학기 본교의 대형 강의 수는 26개로, 교양과목 17개와 전공과목 9개가 진행되고 있다. 
 
대형 강의는 교수들의‘일방통행’
 최근 들어 이른바‘콩나물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은 대형 강의에서는 교수와 학생 사이의 소통이 없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교수가 강의 중에 학생 전체를 신경 쓰기에는 수강인원이 많다는 것이다.‘ 경영학의 이해’를 듣는 경영대 A학생은“수강 인원이 많아 교수의 일방적인 수업 내용전달에 그치게 된다.”며“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교수도 있긴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막상 소통이이뤄진다 하더라도 인원이 많아 효과적이지 않을것”이라고전했다‘. 국제무역론’을수강하는인문대 B학생은“수강생이 많다 보니 교수가 전체 수강생의 수업 이해 정도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별 개인 지도가 부족해
 대형 강의에서는 과제를 제출해도 피드백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공연예술의 이해’를 듣는 사회대 C학생은“대형 강의에 적합한 강의 방식이라 불만은 없지만, 과제를 제출해도 피드백이 전혀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발음 교정이 필요한 언어 과목과 같은 수업에도 개별적인 지도를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통상 지역언어(나)’를 배우는 경통대 D학생은“중국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발음인데, 학생이많아 개인적으로 발음 교정을 받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 적어
 수강생이 많으면 학생 모두가 수업에 참여하기 힘들다. 학생들의 참여가 부족해, 강의가 본래 의도와는다르게 진행되기도 한다. ‘인간관계론’을 수강한 사회대 E학생은“수업 중 학생들끼리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는데, 사람이 많아 한 명씩 다 말하기도 힘들다.”며“취지와는 다르게 수업이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것같다.”고 말했다. 또한 B학생은“뒷자리에 앉을 수록 교수의 목소리를 듣기 힘들어져 집중력이 떨어진다.”며“교수의 강의가 들리지 않아 수업에 참여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강의의 질과 수강 인원은 반비례
 교수들 역시 강의 규모가 커질수록 강의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경영대 A교수는 평균적인 수강 인원으로 강의를 소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대형 강의를 하면 전체 인원의 수학 역량을 포괄할 수 밖에 없어 수업의 질이 낮아지는 편”이라며“수준별 수업을 통해 학생들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전했다. 경통대 B교수는“교수들은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판단하고 수업을보완한다.”면서“학생이 많으면 제대로 된 평가를 하지 못하고 단순한 채점에 머무르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전공과목을 강의하는 경통대 C교수는 “언어를 다루는 수업이므로 학생들에게 대화나 읽기를 요구하는데, 대형 강의라서 개인별 지도 분량이 축소됐다.”고 전했다. 교양과목을 담당하는 D교수는“학생들이 수업 환경에 영향을받는데, 대형 강의실에서는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진다.”며“70명 이상이 듣는 수업이라 토론진행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인원수가 많아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업팀“강의 특성상 규모 큰 경우 있어”
 본교는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공 수업의 평균 수강 인원을 40명으로 최소화하고 있다. 또한 직전학기 전공 수강 인원이 70명이 넘는 경우, 다음 학기에는 해당 강의를 분반한다. 하지만 대형 강의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수업팀 관계자는“일부 교양은 특성상 대형 강의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일부 전공은 교수들이 오히려 분반을 원하지 않아 대형 강의로 개설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예산만 충분하다면 학생들을배려한 인원수로 강의를 만들고 싶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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