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에 불리한 기초학문 학과 통폐합, 학생들과의 소통은 없어

 

대학가에 부는 구조조정 광풍
 2014학년도 신입생 모집 계획안을 앞두고 대학가에 학과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동의대 △목원대 △배재대 △중앙대 △조선대 등이 학과 통폐합 및 폐지를 통한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동의대는 지난 6일(월)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해 내년부터 야간 학과인 △중어중문학과 △일어일문학과 △외식산업경영학과의 모집을 중지하고 45명의 정원을 감축할 계획을 밝혔다. 계획안에는 △철학윤리문화학과 △분자생물학과 △음악학과의 정원을 각각 5명씩 총 15명을 감축하고 이를 물리치료학과로 배치하는 안건도 포함됐다. 목원대는 지난 6일 2014학년도 학과 구조조정 및 정원조정안을 발표해 내년부터 △독일언어문화학과 △프랑스문화학과 △스포츠산업과학부 △소재디자인공학과 △컴퓨터교육과 등 5개 학과(부)를 폐지 및 통합하고 정원 75명을 감축할 계획을 알렸다. 이어 △융합미디어전공 △스마트모바일전공 △보건관리학전공 등 3개의 전공을 신설하는 계획도 밝혔다. 2013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인 배재대 역시 지난 6일(월) 학사 구조 조정안을 통해 △프랑스어문화학과 △독일어문화학과 △미디어정보·사회학과등 3개 학과의 모집단위를 전환 및 폐지하고 정원을 42명 감축할 계획을 밝혔다. 조정안에는 △중소기업컨설팅학과 △항공운항과 △사이버보안학과 등 3개 학과의 신설 안건도 포함됐다. 2010년 대규모 학과 구조조정을 단행했던 중앙대도 추가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앙대 학보사 <중대신문>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달 27일(토) 중앙대에 따르면 현재 △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학전공 사회복지학부 내에 △아동복지전공 △청소년전공 △가족복지전공에 대한 통폐합이 논의 중이다. 조선대는 지난 8일 구조개혁안을 발표해 15개 학과를 8개 학과로 통폐합 하고, △산업공학과 △항공우주공학과 △영어영문학과 △스페인어과 △철학과 △컴퓨터통계학과 △물리학과 △중국어문화학과 △정치외교학과에서 각각 10%씩 정원을 감축해 66명의 입학정원을 감축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보건과학대학을 신설할 예정이다.
 

 기초학문 및 예체능학과에 통폐합 집중
 대학들의 통폐합 대상 학과에는 독어독문학과나 불어불문학과 등 기초학문을 다루는 학과들이 주로 포함됐다. 반면 신설될 예정인 학과는 물리치료학과나 사이버보안학과 등 실용학문을 다루는 학과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과 깊은 연관이 있다. 교육부는 2011년부터 대학 구조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을 지정해 부실대학들의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 대학평가에서 하위 15%에 속한 대학들은 정부지원제한, 대출제한, 강제 퇴출 등의 불이익을 받는다. 교육부에서 발표한‘13학년도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계획’에 따르면 2013년 평가 지표에서 졸업생 취업률이 20%의 비중을, 재학생 충원율이 30%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율이 비교적 낮은 기초학문 학과나 예·체능 학과에 대한 구조조정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대 전략기획팀 이희숙 팀원은“대학마다 정부의 잣대인 대학 평가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며“실용학문 위주의 정부 지표에 적응 하느라 대학 측도 어려움이 있지만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선 정부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취업하려고 배우나요?”
 이처럼 대학들이 정부의 평가지표를 의식한 실용학문 중심의 구조조정을 시작하자 통폐합 대상 학과 학생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배재대 김혜경(국어국문·2) 양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문학도들에게 낮은 취업률을 근거로 제시하며 학과를 없애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인문학을 가르치지 않는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학원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대 글로벌법학과 A양 또한“법학과는 특성상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아 취업률이 높을 수가 없다.”며“모든 학과를 취업률이라는 기준으로 통폐합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고 말했다.
 

일방적인 학교 측 발표에 학생들 반발
 학생들과의 소통이 부재한 대학들의 구조조정 방법에 대한 학생들의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대 인문사회대 김호섭 부총장은 지난달 15일(월) <중대신문>을 통해 일방적으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구조조정 대상 학과인 비교민속학과는 성명서를 내고“4월 말 교과부에 선발계획을 제출하는데, 당사자인 학부 학생들이 이에 대처할 시간도 주지 않고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학교 측에 부당함을 토로했다. 이후 중앙대 총학생회 등 학생기구들은 지난 2일(목) ‘구조조정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전공 선택 비율과 전공연계 취업률만을 고려한 구조조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배재대는 지난 6일(월) 일방적으로 구조조정 계획안을 발표했다. 이에 같은 날 총학생회 및 통폐합학과 학생들 1000여 명이 교내에 운집해 결의대회를 갖고 학교 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총학생회장 이준수(레저스포츠·4) 군은 결의문에서“학교 측이 학과 통폐합에 관한 내용을 학생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후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구조조정 계획 초안을 마련한 조선대는 최종안을 발표한 지난 7일(화)까지 4차례의 구조개혁안 설명회와 간담회, 공청회 등을 실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당 학과 학생들이 학교 측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조선대 비상대책위원회 이기쁨(글로벌법학·3) 위원장은“구조조정 계획이거의 결정된 상태에서 설명회가 있다는 문자만 왔다. 이전에 있었던 공청회에 관련한 연락은 없었다.”며“설명회는 대화가 아닌 통보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꽉 막힌 구조조정, 대화로 풀어야
 구조조정 방식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대학들은 일제히 소통 통로를 열기 시작했다. 배재대는 지난 6일(월) 이후 재학생 및 학부모와의 간담회를 이어가고 있고, 중앙대도 공동대책위원회측에 공청회를 제안하며 소통을 모색 중에 있다. 조선대는 글로벌법학과 학생들과 추가 면담을 한 차례 진행했다. 조선대 전략기획팀 관계자는“완벽한 틀을 바꾸기보다는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제도적인 문제점을 보완하고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이 중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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