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방송된 tvN <대학토론배틀4>를 보고 있자니, 정말로 진부한 주제인 ‘대학은 진리의 상아탑인가, 취업사관학교인가’를 두고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우리학교 학생도 출연하니, 궁금하면 직접 보기를 권한다.

  대학을 ‘진리의 상아탑’이라고 어디 사는 누가 정의내렸는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대학을 의미하는 University의 어원은 라틴어 Universe이고, 이를 의역하자면 ‘공동체’, 그것도 ‘교수와 학생 집단의 공동체(혹은 조합)’라는 사실이다.

  중세 유럽에서 그 기원을 갖는 대학은 처음부터 특권적인 존재였고, 이는 교황의 칙허로부터 시작된다. 학생과 교수는 마음에 들지 않는 사안에 대해서 집단적으로 항의하고 반항했다. 심지어 대학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겠다며, 대학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해당 도시의 위정자의 진땀을 빼게 하는 그런 존재였다.

  프랑스 68혁명은 권의주의적인 정부와 아버지 세대에 대한 학생 공동체의 저항에서 시작되었으며, 일제시대 숭실학교가 자진 폐교 한 것은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일제에 대해 교수와 학생 공동체가 저항한 결과였다. 전후 일본에서, 그리고 70~80년대 한국에서 대학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성지였다. 대다수의 학생과 교수가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을 구성하고 있는 집단이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그 공동체의 성격이 달라진다. 우리를 규정하는 것은 어떤 신문의 평론가나, 방송사의 뉴스 앵커가 아니라 우리일 따름이다. 개강을 맞이하여 잠시만이라도 ‘자신’이 대학에서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그 생각이 모여 곧 ‘우리’를 규정할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토론의 본질이 그렇듯 애초부터 옳고 그름의 구분은 없고, 귀천의 문제도 아니다. 진리의 상아탑이든, 취업사관학교든 그것이 엄연한 현실이자 우리가 내린 결론이라면, 누가 뭐라던 무슨 상관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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