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매일을 살고 있는 이 도시의 진가를 난 오랫동안 몰라보았다. 아니,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서울의 가치를 되돌아보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수많은 도시를 돌고 돌아서야 서울이라는 도시를 생각하게 된 것이 자못 창피하게 느껴진다. 외국의 다른 도시들을 그토록 많이 다니며 찬미한 내가 왜 서울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가. 전쟁으로 폐허가 되었던 서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의연하게 모든 상처를 치유했다. 그리고 바야흐로 글로벌 문화를 창조하는 중심지가 되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서울에 이목(耳目)을 집중한다. 여기서 유행하는 것은 곧 다른 도시의 유행이 된다. 환골탈태(換骨奪胎)라는 말은 서울을 두고 하는 말이다.

  500년 조선 왕조의 궁궐은 서울의 무게 중심이 되고, 넓은 한강의 모습은 서울 시민들의 풍요를 떠올리게 한다. 카이로의 나일강, 파리의 세느강, 부다페스트를 휘감아 흐르는 도나우강도 한강만큼 넓고 아름답지 않다.한강이야말로 서울의 큰 자랑거리다. 한강이 없는 서울은 상상하기도 싫다. 시선을 조금만 멀리해도 서울을 감싸는 수많은 산들이 보인다. 한강과 어우러지는 산들은 인생을 달관한 무학대사의 미소를 닮았다.

  서울만큼 지하철이 잘 갖추어진 도시도 없다. 이태원에서 다문화의 공존을 맛보고, 종로에서 곳곳에 숨어있는 오래된 맛집을 찾아가고, 동대문 시장에서 새로운 패션의 답을 찾고, 강남에서 역동적인 신세대를 만난다. 서울이 가진 이 다른 모습을 지하철로 편리하게 이동하며 볼 수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선진적인 대중교통을 가진 도시는 서울이다. 단언컨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배낭여행을 하다. 발바닥이 아파본 사람들은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독일이 자랑하는 실핏줄 같은 철도망보다 서울의 교통망이 더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 않다.

  서울에 있는 문화유산을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이 도시는 문화의 보고(寶庫)이다. ̒반나절 동안 돌아보고 떠나는 도시̓라는 말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말이다. 알고 나면 더 재미있는 도시가 바로 서울이다. 다른 곳으로의 여행에 앞서 서울을 볼 필요가 있다. 서울은 다른 도시를 평가하는 좋은 기준이 된다. 그리고 서울 시민들이 얼마나 좋은 곳에서 살고 있는가를 느낄 필요가 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역동성이라는 이름으로 활짝 만개(滿開)하는 도시 서울을 일상의 눈이 아닌 여행자의 눈으로 돌아보라. 500년 도읍지의 역사가 새로운 500년의 미래로 다시 그려질 것이다. 내일 아침 내가 다시 움직일 공간, 서울을 다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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