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디자인 졸업작품전에 가다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7일간 인사동 ‘아리아트센터’에서 ‘2014년 대한민국 디자인 졸업작품전(이하 GDEK)’이 열렸다. 올해로 3회를 맞는 GDEK(Graduate Design Exhibition Korea)는 디자인 업체 ‘디노마드’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전국 디자인학과의 졸업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는 국내 최대 디자인 졸업 작품전이다. 작품전 홈페이지에서는 "예비 디자이너와 현직 디자이너 및 그리고 기업 사이의 교류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평소 작품전시를 해보기 힘들었던 대학생들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제공 하고자 한다."며 전시회 개최 이유를 밝혔다. 이번 작품전은 지상 1층부터 지하 4층까지의 전시 규모로 참가부문은 △건축 △공예 △산업 △시각 △실내 △패션으로 총 6가지 분야이다. 

 

  톡톡 튀는 디자인 각축전

  지상 1층에는 시각코너로 대학생들의 시각디자인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먼저 눈에 띈 것은 한쪽구석에 자리 잡은 작품, <心海烱(심해경)>이었다. 작품 앞에 다가서면 카메라 앞에 선 사람이 빔 프로젝터에 투영되며, ‘글자 물고기’들이 따라오게 된다. 이 ‘글자 물고기’들은 한글의 초성·중성·종성의 기본원리를 변형시켜 만든 창작물로 "의미를 갖지 않는 언어들이 나에게 다가오면서 의미를 찾아간다."고 최지경(부산대 디자인학과)학생은 설명했다.

  한쪽에는 주제를 갖고 디자인한 제품들이 보였다. <토마토 도시락 패키지>는 ‘토마토’를 모티브로 해 도시락 케이스를 디자인했다. 붉은색 색감과 둥그런 이미지를 ‘토마토’라는 글자에 접목시킨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이런 옷 어때요?’

  지하 3층에 들어서자 패션쇼에 나올 법한 범상치 않은 옷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볼트와 나사를 사용해 건축에 사용되는 금속 재료를 표현한 윤다정(경북대 의류학과)학생의 작품<건축을 입다>는 금속의 입체감과 공간감을 유감없이 뽐내 조형미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길게 이어진 통로로 들어서니 흡사 ‘트랜스 포머’를 연상시키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검은색으로 길게 떨어지는 소매에서 느껴지는 단순미(美)가 보는 이들의 시선을 잡은 이 작품은 이상미(동서대 패션디자인학과)학생의 작품 <또 다른 지구>였다. 또 다른 행성에서 온 로봇이 지구에서 인간과의 교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블링블링한 ‘완소’ 공예작품들

  코너를 돌아서니 환한 공간 한 켠에 공예작품이 모여 전시돼 있었다. 반지와 목걸이 같은 공예작품이 테이블에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었는데, 그 중 이주은(부산여대 보석디자인과)학생의 작품 <생기(生氣)>는 아름다운 한 쌍의 반지가 서로 포개어지는 미학적인 작품이었다. 바로 옆에는 박은영(인덕대 주얼리디자인과)학생의 <신들의 정원>이 진열돼 있었다. 반지와 목걸이 그리고 브로치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화려함과 우아함이 느껴져, 이름 그대로 신들이 썼을 법한 분위기가 풍겼다.

 

  다채로운 영상 작품들

  지하 2층에 내려가니 암실로 길이 이어졌다. 안에 들어서니 여러대의 모니터가 각자 빛을 내며 영상 작품을 상영하고 있었다. 그 중 박준서(건국대 영상학과)학생의 <사랑의 전사>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작품 속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적진으로 목숨을 걸고 뛰어들지만 끝내 배신을 당한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본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한 행동 묘사와 사운드로 몰입도가 높았다.

  반대 편에는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츄파춥스’의 맛을 영상화한 작품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밖에 여러 작품이 빛과 입체를 이용한 화려한 영상미를 표출하여 관객들의 발길을 끌었다.

 

  이런 건물에서 살아 봤으면

   마지막 지하 4층에는 건축디자인과 학생들의 건축물 모형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 눈에 띄는 작품은 권정열(홍익대 건축학과)학생의 <공간에 관한 각서>였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작품은 공간에 변칙적인 ‘피보나치 수열’ 모티프를 접목시켜 "불규칙성의 반복을 통해 관계를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이 곳에는 주제가 모교 건물이나 주변 부지 등을 주제로 해 자신의 주변에서 아이디어를 찾은 작품들이 곳곳에 자리했다. 건축물 속에서 학생들 자신만의 미학과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전시였다.

 

  이번전시회는 졸업을 앞둔 예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전시한다는 데서 시사점이 컸다. 장차 본인의 전공을 살려 더 큰 세상으로 뻗어나갈 우리나라 예비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엿볼 수 있었던 작품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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