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쳐스팀 서성진(금융·4), 김종윤(금융·4), 이시윤(금융·4)

  3년간 학교에서 ‘금융학’이라는 공부를 해 왔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내 지식이 어느 정도에 있고 공부를 올바르게 해온 건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대학에 입학해 지금까지 제대로 공부해 왔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우리 학교 금융학부에 입학해 3년 동안 금융 공부에 열중하던 세 남자가 제대로 일을 냈다. 지난달 13일(목) 열린 ‘전국 대학생 증권·파생상품 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본교 어벤쳐스팀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서성진 학생(이하 서): 지난 학기에 김범 교수님이 강의하셨던 ‘채권분석론’과 ‘금융리스크관리’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그 수업에서 교수님이 ‘전국 대학생 증권·파생상품 경시대회’ 출전을 팀 프로젝트로 정해 주셨어요. 그래서 저희도 팀을 꾸려서 대회에 나가게 됐어요.

 

  팀 이름이 특이해요.

  이시윤 학생(이하 이): 영화 ‘어벤져스’에서 따왔어요. ‘어벤져스’가 히어로들이 악의 세력으로부터 지구인을 보호하려는 히어로물이잖아요. 악의 세력은 딱히 없지만 그래도 금융시장에서 벤처중소기업은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많은 약자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금융시장의 약자인 벤처중소기업을 돕고 싶다는 뜻과 벤처중소기업의 벤처를 따 ‘어벤쳐스’라고 이름을 짓게 됐어요.

 

  어떤 아이디어로 최우수상을 차지했는지 궁금해요.

  김종윤 학생(이하 김): 대회 이름이 ‘전국 대학생 증권·파생상품 경시대회’이다 보니 어떤 상품을 개발했다고 오해하실 수도 있는데, 저희는 금융상품을 만들었다기보다 어떤 방안을 제시했어요. 저희는 국내에 없는, 캐나다의 ‘CPC’라는 제도를 국내로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거든요. 그 방안을 통해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벤처중소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어요.

  증권시장에는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같은 여러 시장이 있어요. 그리고 이번에 코넥스시장이라고 새로운 시장이 개설됐는데, 그 시장에 참여하는 회사들은 주로 벤처중소기업들이거든요. 저희는 그 코넥스시장이 올바르게 성장하고 활성화되기 위한 방안으로 캐나다의 ‘CPC’제도를 벤치마크해서 한국형으로 모델을 약간 변경해서 제안을 했던 거죠.

  이: 이게 말로 하기에는 복잡한 과정일 수도 있는데, 우선 저희가 제안한 모델이 시장에서 작용하는 과정을 말씀드릴게요. 금융투자업자가 페이퍼컴퍼니라고 명목상의 회사를 설립한 다음 그 회사를 코넥스시장에 상장시켜요. 그런 다음 발전 가능성이 높은 벤처중소기업을 발굴해내고, 그 기업들과 합병을 해 나가면서 해당 기업들에게 자금이 원활히 조달되도록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기존의 영세한 벤처중소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 왔다면 그걸 탈피하고 증권시장을 통해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경로를 제공해 주는 틀이라고 보시면 돼요. 물론 우리나라에도 그런 제도가 없는 건 아니에요. ‘SPAC’라는 유사한 제도가 있는데, 그 제도의 경우는 기준이 조금 까다로워요. ‘SPAC’는 벤처기업 중 자본규모가 크고 우량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도이기 때문에 벤처기업 중에서도 자본규모가 적고 영세한 기업들은 쉽게 이용할 수가 없는 제도거든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받는 기업은 규모가 작은 영세 벤처기업들이잖아요. 그래서 그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번 아이디어를 생각했어요. 캐나다의 ‘CPC’라는 제도를 한국에 적용시켜보자고 제안을 한 거죠.

 

  대회 도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서: 본선진출한 팀이 총 10팀인데, 발표 순서가 랜덤으로 정해졌어요. 첫 번째와 두 번째 순서가 서울대 친구들이었고, 세 번째가 저희 팀이었죠. 그런데 두 번째 팀 친구들이 저희랑 비슷한 주제를 갖고 발표를 하는 거예요. 저희는 걱정이 됐죠. 저희 바로 앞 팀이 비슷한 아이디어를 발표하는데, 그 팀이 심지어 서울대였잖아요.  그 친구들이 같은 주제로 발표를 잘 하면 저희가 상대적으로 작아 보일까봐 걱정이 많이 됐어요.

  사실 저희가 발표 연습을 하면서 그 시간에 맞춰서 내용을 많이 뺐거든요. 발표 시간이 15분으로 정해져있는데, 처음 발표 연습을 했을 때 저희가 30분이 걸렸어요. 그래서 연습과정에서 저희가 생각할 때 조금 부차적이라고 생각되는 내용은 빼고, 추가적으로 더 연구한 내용들은 집어넣기도 했어요.

  그런데 저희 앞 순서였던 서울대 친구들이 저희가 뺀 내용을 딱 발표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 친구들은 거기서 발표를 끝맺었고, 다음 순서에서 저희는 같은 주제로 좀 더 심화된 내용을 발표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보시는 분들이 저희 발표 주제를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앞 팀에서 도와준 거죠. 발표 전에는 비슷한 주제라고 걱정했는데, 오히려 흐름이 저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더라고요.

 

  최우수상을 탈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김: 그건 아니었어요. 저희가 생각지도 못한 정말 어려운 주제를 갖고 나온 팀이 되게 많았거든요. 그 친구들이 발표하는 걸 보면서 놀라기도 하고 많이 배우기도 했어요.

  수상자 발표를 할 때 한국거래소 부이사장님께서 발표를 하셨거든요. ‘장려상’, ‘우수상’, ‘최우수상’의 순서로 발표가 이뤄졌는데, 장려상 세 팀을 발표하고 우수상 두 팀을 발표했는데도 저희 팀 이름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렇다면 최우수상이거나 아예 상을 못타거나 둘 중에 하나잖아요. 그래서 약간 긴가민가했죠. 다들 쟁쟁한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저희를 최우수상으로 호명하셨을 때 깜짝 놀랐어요. 정말 놀라고 기쁜 나머지 막 소리를 질렀죠.

 

  이번 대회에 도움을 준 교수님이나 친구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이: 우선 저희 지도교수님이신 김범 교수님께 감사드려요. 대회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계속해서 틈틈이 연락주시면서 저희가 잘 하고 있는지 체크해 주시고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격려를 많이 해주셨어요. ‘금융과 법’을 강의하셨던 노태석 교수님께도 감사드려요. 아무래도 법적인 부분이 복잡하고 어려워서 힘들었는데,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저희 금융학부 교수님들께서도 도움을 많이 주셨거든요. 대회를 앞두고 실전처럼 발표해 보고 싶은 마음에 교수님들을 모셔서 봐 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거의 모든 교수님들께서 직접 와서 저희 발표를 들어 주시고, 조언도 해 주시고 예상 질문도 뽑아주셨어요. 정말 큰 도움이 됐죠.

  마지막으로 고마움을 꼭 전하고 싶은 친구들이 있어요. 저희 학부 소모임인 ‘하루살이’ 친구들이요. 대학생활 중 자신이 세운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이뤄 나가는 소모임인데, 저희들 모두 그 소모임에 속해 있어요. 그 친구들이 큰 현수막을 들고 대회장까지 직접 찾아와서 응원해 줬거든요. 다른 팀들은 그렇게까지 응원해 주는 친구들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되게 고맙고 발표 때도 힘이 많이 됐어요.

 

  이번 대회 참가와 최우수상 수상이 큰 의미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김: 학부생으로 3년을 다니다 보니 제가 대학에서 공부를 해나가면서 남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졸업할 때가 다가오니까 3년 동안 금융학을 배웠는데, 제가 과연 어느 정도를 배웠고 공부를 올바르게 한 건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 대회를 통해서 제가 3년 동안 배운 지식을 활용하고 인정을 받았잖아요. 제가 3년 동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더라고요.

  서: 이번 대회가 없이 4학년이 됐으면 제 미래에 대해 되게 막연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전공 분야에서 쟁쟁한 학생들과 겨뤄서 우승을 했잖아요. 성취감도 들었고 자신감도 생긴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이걸 준비하면서 매일같이 모여서 자료 조사하고 발표 연습하고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거든요. 그래서 ‘노력만 하면 할 수 있구나.’라는 걸 몸으로 직접 느끼는 계기가 됐어요.

  이: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요. 한 가지 덧붙여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제 한계를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준비하면서 자료 수집이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데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요. 제가 팀장이었잖아요. 리더를 맡아서 팀을 이끌어나가는 게 거의 처음이었어요. 저희가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막히거나 문제가 생기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럴 때 뭔가 리더로서 돌파구나 해결 방안을 제시해 줘야 했는데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팀장 자리를 맡았기 때문에 팀원들에게 가끔 쓴소리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까 후회스럽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친구들에게 좋게 이야기를 해 주고 부드럽게 팀을 이끌어갈 수도 있었는데 너무 감정적으로 대했던 것 같아요.

 

  졸업 후 어떤 사람이 되기를 꿈꾸세요?

  김: 무엇을 하든지 간에 제가 원하는 꿈을 이루려면 그만큼의 커리어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선은 제 전공을 살려 금융권에 취업을 할 거예요. 그리고 추후에 경력이 쌓이면 강연을 다니고 싶어요. 제 꿈이거든요. 꼭 금융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막연한 꿈을 가진 대학생들에게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요.

  서: 거창한 꿈은 없는데, 그냥 저희 학부가 아직 이렇다 할 아웃풋이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첫 테이프를 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저희 금융학부 후배들이 더 좋은 곳으로 갈 수 있도록 앞길을 터주고 싶어요.

  이: 저는 졸업하고 대학원을 갈 예정이거든요. 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면서 재무 분야를 좀 더 공부하고, 금융산업과 신용평가에 대해 연구하고 싶어요. 대한민국 금융산업에 이바지할 수 있는 연구원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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