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거작 〈쇼생크 탈출〉의 감독 프랭크 다라몬트의 연출과 최고의 배우 톰 행크스의 출연만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영화 ‘그린마일’은 흑인 사형수와 교도관의 우정을 줄거리로 한 감옥 영화(prison film)이다. 〈그린 마일〉의 가장 큰 특징은 여타 감옥영화와 다르게, 판타지와 휴머니즘을 조화롭게 다뤄낸 점에 있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단순히 두 남자의 우정에만 초점을 맞춰 감상하기엔 어려움이 많다. 사실 그 어떤 장르보다 현실적이고 사회 고발적 성향을 띤 감옥 영화에 초자연적인 능력을 부여한다는 것은 어쩌면 허무맹랑한 일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리얼리티를 반감시키고, 집중도를 흐트러지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영화 〈그린 마일〉은 판타지에 휴머니즘적 장치를 더하며 그 당시 흑인들이 가졌던 부조리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인간 삶의 불예측성을 자극적이지 않은 시선으로 보여 주고 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존 커피가 사형 당하기까지의 시간 역시 교도관 폴(톰 행크스)의 관찰자적 시선으로 엿볼 수 있다. 즉, 사형 문제와 인종 차별, 나아가 영화가 담고 있는 종교적 메시지까지 휴머니즘의 틀에 버무리며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소재들을 공감할 수 있게 풀어낸다는 것이다.

  〈그린 마일〉은 본래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걷는 길을 뜻한다. 물론 사형수는 아니지만, 우리 모두에게 그린 마일은 존재한다. 〈그린 마일〉 속 감옥에는 상처 받는 사람, 상처 주는 사람,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는 사형수 존 커피가 등장한다. 그들은 감옥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시간- 인생을 돌아보고 새로운 생명을 얻기도 한다. 이 영화가 사형 반대나 인권 보호를 전면에 드러내는 대신 휴머니즘을 선택한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그린 마일’을 돌아보라는 성찰에 존재한다. 그린 마일을 생각하기 이전에 진실 된 사랑과 우정을 알고, 삶다운 인생을 꾸려가는 것. 그것이 바로 영화 〈그린 마일〉이 가지고 있는 휴머니즘이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