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소원〉은 우려의 목소리를 딛고, 성공적인 힐링무비로 탄생한 좋은 예이다. 실화, 그 중에서도 아동 성폭력이라는 끔찍한 소재는 영화 제작에 있어 민감한 사안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영화〈소원〉은 전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조두순 사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조금만 어긋나도 피해자 가족에게 상처를, 관객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는 소재였다. 그러나 영화〈소원〉은 자극적인 연출로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대신, 세심하고 배려 넘치는 연출로 주인공 소원이와 가족들의 아픈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즉, 참혹한 사건을 부각시켰던 여타 범죄 영화와 달리 한 가정이 상처를 극복해 내는 과정을 다양한 각도로 배려 깊게 담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건을 부각시키지 않았다고 해서 영화가 상처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참혹한 시간들을 가볍게 들추어 내는 것 대신 담아낼 수 있는 진실들만을 전달하고 있다. 억지 눈물을 끌어내는 작위적인 에피소드 역시 없다. 너무도 소박해서 소탈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따뜻한 감성들이 영화를 채운다. 진실을 살리되, 상처를 남기지 않게 하려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사실 영화 속 현실은 적나라하다. 범죄자에게는 12년의 형만이 구형되며, 소원이는 다시 학교에 가고, 소원이의 아빠는 다시 야구 중계를 본다. 버석버석한 소리가 날 것 같은 현실이지만 영화는 따뜻하다. 동화 속 요정과 같이 착하고 선량한 사람들 때문이다. 소원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 ‘코코몽’은 당연히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환상이다. 그러나 영화 속 어른들은 소원이를 위해 기꺼이 만화 속 캐릭터가 되어 준다. 불볕더위에 인형 탈을 쓰고 춤을 춘다. 소원이를 웃게 해 준다. 동시에 연속해서 등장하는 선량한 인물들은 여타 영화에서 등장했더라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설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팍팍한 현실 속, 누구나 작은 ‘소원’ 하나쯤은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영화〈소원〉은 그 작은 ‘소원’을 지켜주고 싶은 배려가 담겨 있기에 아름다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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