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학생, 법적 근거 없이 등록금에 포함된 기성회비 반환 소송 중에 있어

  지난 20일(화) 부산대·전남대 등 국립대 7곳의 학생 및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법원에서 기성회비를 받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재정적인 부담을 앞세워 다시 수업료 명목으로 기성회비를 학생들에게 부담하게 하고 있다.”라며 “기성회비 반환 청구 1만인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소송에 참여하는 7개 대학 중 △부산교대 △부산대 △전남대는 총학생회가, △경북대 △부경대 △서울과기대 △충남대는 학내의 소송운동본부가 중심이 돼 소송을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소송의 참가인을 모집하고 있는 중이다. 소송인단은 오는 6월 중순쯤에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며, 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는 부산대 총학생회장 이승백 씨는 “우리의 소송은 단순히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부분을 방관해 왔던 국가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은 것이다.”라며 “소송의 승리가 목적이 아니라 기성회비라는 문제점을 학우들에게 인식시켜 주자는 취지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공립대 학생들만의 고충, 기성회비

  기성회비란 국·공립대의 등록금에서 입학금과 수업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말한다. 지난 1963년 정부는 당시 대학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 중·고등학교 기성회 준칙⌋을 제정해 학교 시설 확충·수리비, 운영비 등에 필요한 돈을 기성회비라는 항목으로 걷을 수 있도록 그 근거를 마련했다. 이 제도는 법률로 제정된 것이 아니라 문교부 장관 훈령을 통해 제정된 것이었다. 그러나 각 학교에 제도가 자리를 잡고도 기성회비를 대체할 재원에 대한 법률 마련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리하여 국·공립대는 지난 50여 년간 기성회 회원이 아닌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등록금에 기성회비를 포함시켜 걷었다. 교육부에서 공시한 2014년 국공립대 등록금 자료에 따르면 전체 등록금에서 기성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최소 77%(부산교대), 최대 97%(경남과기대)로 평균적으로 약 85%에 달한다. 15%의 수업료에 85%의 기성회비를 덧붙여 등록금을 걷은 것이다. 그러나 기성회비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국·공립대 학생들은 몇 없는 상황이다. 부산대에 재학 중인 정혜정(미생물‧3) 양은 “원래는 기성회비의 문제점에 대해 인식을 못하고 있었는데, 학교에서 생긴 빚 문제가 기성회비와 관련이 돼 있다는 것을 알고 불만이 생겼다.”라며 “기성회비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못 느꼈던 등록금에 대한 부담이 알고 나니 크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기성회비로 교직원 급여 보조를?

  지난해까지 국·공립대학에서는 기성회비를 △인건비 △운영비 △경상이전비 △자본지출경비 △수입대체경비 △기타 등의 항목으로 나눠 운용했다. 이 중 교직원들에게 기성회비로 보조 급여 수당을 지급한 것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만아니라 국립대의 공무원 직원들이 타 국가기관의 공무원과 비교해 부당한 수당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논란이 있었다. 지난 2011년 교육부 감사에 따르면 40개의 국·공립대학은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약 2조 8천억 원에 달하는 인건비를 기성회비에서 지출했다. 인건비가 전체 기성회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최소 24%에서 최대 42% 정도에 이르렀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9월부터 국립대학 공무원직원에 대해서 기성회비로 수당을 지급하는 관행을 전면 폐지하고 교원에 대해서는 연구실적 및 성과에 따라 연구보조비 등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교육부는 또 “각 대학은 기성회비 수당 폐지를 통해 절감되는 재원으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50여 년만에 학생들 손을 들어준 재판부

  지난 2010년 11월, 기성회비의 납부 근거와 운용과정에 의문을 가진 약 4000여 명의 학생들이 처음으로 기성회비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서울대 등 국·공립대학교 기성회들이 취한 부당이익이 2009년 기성회회계 결산 기준으로 학생 1인당 평균 37만 8000원 이라며 서울대 등 전국 8개 국·공립대학 기성회와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1월, 서울중앙지법은 “기성회비는 기성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내는 회비로 법령상 등록금에 포함되는 수업료나 입학금과는 성격이 다르다.”라며 “기성회비를 거둘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으므로 기성회는 학생들에게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국가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는 기각됐으며 패소대학 기성회 역시 상고해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대법원에서 기성회비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학생들이 반환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약 13조 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충남대 재무팀 관계자는 “최종 판결에서 기성회비를 반환하라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국립대에서는 걷은 돈이 있으면 그때그때 다 쓰기 때문에 지급할 만한 돈이 있을는지 의문이다.”라며 “사립대처럼 재단이 따로 있는 것도, 여유자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다 땅을 매매할 수도 없기 때문에 학교 자체에서 반환금을 부담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기성회회계 대체 방안을 둘러싼 여·야의 엇갈린 주장

  1차 소송의 1, 2심 판결에서 법원은 기성회비를 걷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대학에서 지출하는 회계 내용에서 기성회비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기성회비를 걷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국·공립대의 운영이 힘든 상태다. 이처럼 각 대학에서 기성회비로 지출하고 있는 재원을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가에 대해 국회에서는 두 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2012년 민병주(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발의된 ⌈국립대학 재정·회계법⌋(이하 재정회계법)에 따르면 정부는 각 대학에서 기성회비로 운영되는 기성회회계와 국고로 지원받는 일반회계를 통합해 그 운영권을 총장에게 이임한다. 이 법안에 의하면 총장이 자율권을 갖고 기성회비로 거둬들이던 금액을 수업료로 대체해 징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재정회계법이 통과되면 실질적으로 국립대 법인화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며 “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해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의견을 전했다.

  또, 지난 2월 유은혜(민주당) 의원은 ⌈기성회회계 처리에 관한 특례법안⌋을 발의했다. 이는 기성회회계와 일반회계를 통합한다는 것에서 재정회계법과 맥락은 같으나, 이를 통합해 기성회비로 지출하던 재정을 정부로부터 지원받게 한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다.

  한편 지난해 반환 소송 이후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재정회계법 통과가 시급한 사안이므로 국립대가 일심단결해 먼저 통과시키고 추후 부족한 부분에 대한 개정 작업을 해야 한다.”며 재정회계법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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