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의 주요 내용은 결혼에 환멸과 권태를 느낀 여자가 외도를 한 후 자살하게 되는 이야기다. 엠마는 낭만적인 연애를 하고 싶어 하고, 일상적인 삶을 견디지 못해 불륜을 저지르는 인물이다. 불륜이라는 소재는 그 당대에는 굉장히 충격적이었을 수 있다. 그런데도 플로베르는 굉장히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플로베르가 엠마를 묘사하는 태도만 보더라도 그에 대해서 평가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그저 독자의 몫으로둔다. 이미 문학이 도덕성이나 윤리적인 것을 넘어와서 눈앞에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것이다. 플로베르는 그 전까지는 없었던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형식, 그리고 새로운 문체를 만들어낸 사실주의의 효시다.

  피츠제럴드에 의하면 묘사는 한 가지 이상의 감각을 써서 집중을 해서해야 하지만, 어떤 것에 중점을 뒀는가도 중요하다. 가령 하나의 사물을 묘사하는데 중점을 둬 많은 단어를 사용했다면 그 사물은 반드시 서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마담 보바리>의 서두 부분은 인상적이다. 서두에는 모자에 대한 묘사가 굉장히 장황하게 나와 있다.

  이재룡 교수님의 강독 시간에 들었던 내용을 참고하자면, 사실주의란 언어를 통해서 현실을 실감나게 모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처럼 길고 자세하게 묘사한 모자를 그림으로 그리려고 해도 그릴 수가 없고, 실제로 만들려고 해도 만들 수가 없다고 한다.

  플로베르가 만든 모자는 현실의 모자와는 무관하게 화려하게 잘 꾸며진 언어 구성체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플로베르만의 사실주의 문체다. 비록 만들 수 없는 모자일지라도 독자는 묘사를 보고서 우스꽝스러운 모자를 각자 상상하고 체험할 수 있다. 묘사의 미학은 바로 그런 데서 나타난다. <마담 보바리>는 그것을 느끼기에 충분했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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