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에 빼곡히 정박된 요트들이 모나코의 호화로움을 잘 보여준다.
  내 생각으로 유럽에서 지중해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언덕을 올라간다. 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고급 요트들이 이 도시‚ 아니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다는 이 나라의 호화스러움을 대변해준다. 저 요트의 주인들은 이 작은 나라에서 무엇으로 돈을 벌까, 그들은 매일 아침식사로 무엇을 먹을 까, 머릿속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최고’, ‘가장’, ‘제일’ 이라는 수식어가 꼭 필요한 온갖 종류의 ‘럭셔리 카’ 들이 즐비한 이곳에 내로라하는 부자 3만 5천 명이 산다. 그럼에도 면적은 여의도의 75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니.어디든 걸어 다닐 수 있어 보이는데 이 차들은 다 어디에 쓴담. 고급차 앞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은 여행객과 현지인을 구별하는 기준이다.

  모두가 왕이고 귀족처럼 보이는 도시국가 모나코 공국(Principality of Monaco)에 왔다. 모나코의 북쪽에 있는 몬테카를로(Monte Carlo)에서 이 도시국가가 가진 화려함의 절정을 맛 본다. 왕궁보다 아름다운 카지노의 야경과 007 영화의 제임스 본드와 본드걸처럼 보이는 늘씬한 남녀 커플들이 화려함을 구성하는 소품이 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현실이 눈앞에 펼쳐진다.

  모나코는 비운의 왕비 그레이스 켈리(Grace Kelly)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녀는 금세기 최고의 여배우였고 청초한 이미지로 세계 남성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그러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배우로서의 삶을 과감히 포기하고 모나코 레니에 3세(Rainier III)와 결혼했다. 배우로서의 명성은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었지만 3년간에 걸친 왕자의 구애(求愛)를 받아들이고 왕비가 된 것이다. 결혼 이후 영화에 다시 등장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그녀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모나코는 작은 왕국으로서의 모나코를 넘어 그레이스 켈리의 모나코였다. 그러나 행복은 영원할 수 없는 걸까. 그레이스 켈리의 모나코는 1982년 막을 내리게 된다. 그녀는 세 자녀를 남기고 교통사고로 짧은 삶은 마감하게 된다. 결혼과 동시에 영화계에서 완전히 은퇴했지만 그녀의 삶 자체가 영화였고, 그녀의 죽음도 영화처럼 느껴진다.

  유럽여행의 길목에서 작은 왕국에서 벌어진 왕자와 위대한 여우의 순애보와 세기의 결혼식이 벌어졌던 장소로서의 유명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모나코를 권한다. 사랑에는 높고 낮음도 없고 귀천도 없겠지만 이 아름다운 도시국가에서 벌어진 로맨스가 더 고귀하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을 포기하고 사랑을 위해 떠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쉽지 않기에 사랑이고, 더 이어지지 않는 것이기에 사랑이 어려운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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