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도시에서는 181번째 맥주의 향연이 한창이다. 매년 9월 말에서 10월 초까지 이곳에서 열리는 맥주 파티는 세계 3대 축제의 반열에 올랐다. 축제 기간 동안 반가운 맥주의 내음이 도시 전체에 퍼져서 대낮부터 마시고 또 마셔도 다시 잔을 들어 올리게 된다. 맥주에는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나에게 맥주는 반갑고도 반가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한국으로 귀국한 후에도 그 냄새와 맛이 그리워서 같은 맛을 내는 집을 찾아다닐 정도였다. 반가움은 그리움이 되고 나중에는 사무침이 된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유를 막론하고 ‘낮술’이라고 치부되는 것이 이 축제기간 중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앉을 틈만 생기면 무조건 비집고 들어가 좋아하는 타입의 맥주를 고르면 된다. 큰 나무 판자 위에 이름도 제대로 모를 안주를 실어 나르는 독일 아저씨와 양손에 맥주잔을 다섯 개씩이나 한꺼번에 들고 움직이는 독일아주머니의 모습은 이곳에서만 제대로 느낄 수 있어 보인다.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 뮌헨. 뮌헨에서 주(酒)는 주(主)가 되고 나는 맥주광(狂)이 된다. 나는 맥주를 제외한 술은 거의 마시지 않기 때문에 애주가는 절대로 아니지만 ‘맥주 마니아’라고 불리는 것에는 동의한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Prost(건배)!”를 외치는 사람들의 손에 들린 잔의 크기는 평소에 마시는 잔의 두세 배는 족히 되어 보이는데 그 모습이 좋기만 하다. 맥주의 종류와 브랜드를 공부하고 새로운 맥주의 라벨은 사진으로 찍어 보존하는 단계에 이르면 맥주는 단순한 술이 아니다. 신의 물방울 같은 존
재가 된다.


  뮌헨은 독일에서도 가장 보수적인주(州)라고 불리는 바이에른 주의 주도이다. 어떤 사람들은 보수적인 뮌헨 사람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고 말하지만 나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독일어이히 리베 디히 (Ich liebe dich) 를 이 막 디(I mag di)” 라고 하는 독일 남부지방 사람들의 진한 사투리를 들으면 마음속의 고정관념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세계적인 명차 BMW를 만들어 내는 도시로서의 뮌헨은 그 자부심이 다른 주에 비해 남다를 뿐이다. 독일에서 생산되는 다른 명차 브랜드를 다 주어도 BMW 하나와 안 바꾼다는 뮌헨 사람들의 말이 모든 것을 이야기 해준다. 신시청사(Neues
Rathaus)의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뮌헨이라는 도시의 모습에서 바이에
른 주의 강인함을 느낀다.
 

  옥토버페스트 기간이 아니더라도 좋다. 일 년 내내 호프 브로이 하우스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물을 마셔도 갈증을 풀 수 없는 마음 속 답답함을 지닌 사람에게 뮌헨 여행을 권한다. 바이에른 주의 맥주가 시원함을 선사해줄 것이다. 단순한 술이 아닌 신의 선물로서의 맥주를 구수한 뮌헨 사투리의 억양을 안주삼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전 세계인이 신의 물방울인 맥주에 열광하는 축제기간이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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