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도 결국 어떤 답을 주진 못한다. 하지만 책 속 주인공과 클로이의 얘기를 통해 나는 나를 많이 되돌아봤다. 처음에 사랑하기 시작하면 어떤 사람을 이상화시키고 그 이후 그 사람의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그리고 그 다음으론 점점 가까워지며 서로에게 친숙감을 느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지나치게 가까워진 나머지 서로의 단점을 발견하고 다시 멀어진다. 그렇게 어느새 사랑은 지나간다. 그 안에서 비합리성에 대한 불안, 합리성에 의한 퇴색 등 많은 가치들이 충돌하고 선택된다. 알랭 드 보통은 이렇게 어려운 말들로 풀어놨지만 사실 많은 사랑 노래들도 이미 말하고 있는 사랑의 특징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결국 사랑은 그냥 사랑이구나,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왜’라는 질문은 있을지언정 ‘왜냐하면’이란 정답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결국 사랑도 우리가 규정짓고 싶어 하는 무언가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사랑이 무력하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오히려 나 또한 사랑은 추구해야 할 어떤 궁극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을 단편적인 지식으로 알 수 없을지라도 조금이라도 더 잘 알고 싶고, 잘하고 싶다. 사랑은 우리가 이렇게도 불완전하기에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해선 보다 독립적인 한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책을 통해 사랑을 배우고 다시 글로 쓰고 있자니 내가 인터넷 유머에서 회자되는 사랑을 글로 배운 사람 같다. 왜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