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안방 텔레비전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 ‘미생’, 이 미생의 어원인 ‘미생마(未生馬)’는 아직 살지 못한 말을 뜻하는 바둑용어인데, 드 라마에서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을 빗대 이 용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최근 교육부의 국·공립대 총장 임명 제청 거부 사태를 보면 미생은 비단 계약직 직원만이 아닌, 대학 총장까지도 될 수 있는 것 같다.

 

 임명 거부 사태의 배경은 국·공립대 총장 선출 방식이 간선제로 변경된 사실에 있다. 간선제는 학내·외의 총장추천위원들이 후보자들을 여러 절차를 통해 심사한 뒤 투표를 해 1 순위 후보자를 선출한 뒤 교육부에 추천해 승인 받는 제도이다. 교육부의 압력으로 현재 부산대를 제외한 모든 국·공립대가 총장 선출을 간선제로 바꿨다. 때문에 교육부에게 대학의 자율성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실제로 최근 교육부는 합당한 이유 없이 총 장 후보자의 임용제청을 거부하고 있다. 임용을 거부당한 대학은 △경북대학교 △공주대 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다. 이 중 공주대와 한국방통대의 총장 후보자들은 법원에 부당함을 제기했고 법원은 후보자 측의 손을 들어 줬다. 이는 교육부가 이유 없이 총장 임 용을 거부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것이다. 위법 뿐만 아니라 세금낭비도 문제인데,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교육부가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이 비용은 모두 세금으로 충당된다.

 

 이러한 교육부의 이유 없는 거부 뒤엔 청와대의 개입이 있다는 의혹도 분분하다. 지난해 8월, 한국방통대 류수노 교수는 후보자로 출 마한 이후 청와대로부터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했나?’라는 전화를 받았다. 또 공주대 김현규 후보자도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교육부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청와대의 입김이 서렸다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사실들이다.

 

 한 때 총장이 될 뻔 했던 미생들은 완생(完 生)을 위해 대법원 소송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들을 대표로 맞아야 했던 국립대의 구성원들은 지도자 부재로 우왕좌왕하고 있다. 교육부는 정치적 이유로 국립대를 주무르는 패착(敗着)을 두기보다는 후보자 의 큰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임용제청을 받아 들여 대학구성원들을 위한 바른 수를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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