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은 한꺼번에 온다. 어디선가 위로를 받으려 했지만 모든 곳이 상처뿐이었다. 지독하게 추웠던 지난 겨울, 상처를 안고 그렇게 강신주 다상담 1권을 만났다. 다상담 1권은 온갖 가슴에 못 박히는 말들, 잔인한 말들로 상처의 끝을 보게 했고, 보고 싶지 않았던 나를 보게했다.

그 후 다시 만나게 된 다상담 3. 가장 마음에 들었던 가면이라는 주제는나를 더욱 자세히 보게 했다. 그 중 착한딸이라는 가면을 벗고 싶다던 한 40대아주머니의 사연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다. 내가 얼마 전까지 그렇게 살아왔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딸, 아빠의 딸. 온전히 내가 아닌, 누군가의 누구로 살았다. 착한 아이였고, 반듯한 아이였다. 하고싶은 것이 많았지만, 부모님을 위해 참아야 했고, 힘들고 외로워도 괜찮은 척, 행복한 척 해야 했다. 그런대로 괜찮은삶이었다. 유난히 어렵지도, 크게 힘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소위 영혼 없는 삶을 살고 있었다.

몸은 부모님 곁에 있었지만 마음은 자유로움에 대한 열망들로 가득했다. 몸과 마음의 갈등은 결국 나 자신의 불안으로 다가왔고, 가족과의 갈등을 만들었다. 처음은 약해 싸울 수 없었지만, 지속적인 넘어짐과 다시 일어나는 과정으로 나를더욱 굳건히 했다. 착한 이미지를 버리면서, 부모님께 모진 말을 하며, 온갖 상처들에 마음이 너덜너덜했지만, 한 가지 확실했던 것은 착한 아이로 살 때 보다 가면을 벗고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이 더 행복했다.

가면을 벗는 것, 지금의 내 모습을 버리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착한 딸이라는 가면을 벗고 싶은 40대 아주머니의 용기에는 많은 투쟁, 아픔, 고난들이 뒤따를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제 비로소 진정한 그 분만의 삶을 살 수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 과정에 서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그 분을 응원한다. 진정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시발점에 서있는 그 분께 행운을 빌어 드린다.

김윤아(경제학과·11)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