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이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세대를 함께 겪는 이 사회 안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은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 소리친다. 마치 탈무드 속 집주인처럼 손님이 자신의 침대를 넘어가는 신장을가지고 있다면 다리를 잘라버리고, 자신의 침대보다 짧은 신장을 가지고 있다면 억지로 늘려 맞추듯 스스로의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한다. 자신의 생각과 경험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무지를 인정하기 두려워한다.

  소통을 강조하고 복지를 소리치지만 말할 준비만 되어있고 누구도 들을 준비는 되어있지 않다. 가족오락관(KBS오락프로그램)에나 나올법한 큰 귀마개를 쓰고 자기 얘기만 끊임없이 소리쳐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세상을 이끌어 가는 리더들에게 경청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백 명의 말을 한 사람이 들으면 백 마디가 되는 정보의 홍수에서 그들은 정보를 분별해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앞선 사실은 우리는 각자가 다 존중 받아야 할 자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의를 위해서 묵살되는 의견이 생기는 독재정치나 유신정권의 시대는 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소수자 그리고 약자의 의견을 비주류라고 치부한다. 분명한 건 큰 기계의 고장은 그 기계 전체의 문제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작은 나사 하나의 부족함과 어려움이 큰 문제의 발단이 되는 것이다.

  그간 세상의 중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세상에 갇혀 대중의 의견을 들을 수 없었다면, 이제는 귀마개를 벗고 들을 준비를 하기를 바란다. 당장은 소모적인 일이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분명 그 이야기들이 중대한 결정의해결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나 또한 지난 학기 학생회장으로 일하면서 일의 빠른 진행을 위해 가볍게 넘긴 사람들의 의견을 생각하게 됐고,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상기하게 됐다. 타인을 재단하는 고집스런 줄자가 내게도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글이었다.

최윤정(독어독문학과·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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