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일베해?” A씨가 친구에게 ‘귀엽노’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가 들었던 말이다.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회원들은 말끝에 ‘~노’를 붙여 사용하곤 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사용하는 ‘~노’라는 말투는 별다른 의미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쓰는 말이다. A씨는 “불순한 의도 없이 썼던 말인데 일베를 하냐는 오해를 받으니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일베, 그들은 누구인가?

  일베가 대체 무엇이길래 오해를 받았던 A씨의 기분이 언짢았던 것일까? 일베는 극우성향의 커뮤니티로, 다양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켜 많은 사람들에게 배척당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당시 초창기의 일베는 디시인사이드에서 추천을 많이 받은 ‘일간 베스트 게시물’을 선별해 모아두는 사이트였다. 그러나 디시인사이드 측에서 게시물의 무단 사용을 금지하면서 일베는 회원들이 자신들의 콘텐츠를 올리는 사이트가 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지 유머사이트 정도에 그쳤던 일베는 2012년 대선을 거치며 본격적으로 보수적인 정치색을 띠는 커뮤니티로 발전했다. 현재 일베는 전체 사이트 접속자 순위 87위, 유머 분야 사이트 접속자 순위 1위이며 시간당 평균 방문자 수는 약 37만 5000여 명에 달한다.

  일베는 크게 세 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첫 번째로 일베는 회원들 스스로가 ‘보수’라고 지칭한다. 그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하며 새정치연합 등 진보인사들을 ‘빨갱이’로 치부한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노 전 대통령 비하’이다. 그들은 △노무노무(너무너무와 노의 합성어) △노알라(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이미지. 주로 일베에서 게시된 자료를 인증하는 마크로 사용됨)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한다. 두 번째로 일베는 여성을 비하한다. 그들은 한국 여성을 ‘김치녀’로 지칭하며, 외국 여성에 비해 돈을 밝히고 이기적이라고 비난한다.
지난 2013년 9월 이화여자대학교 앞에서 일베 회원인 한 남성이 이화여대와 여성을 비하하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1인 시위를 하기도했다. 일베의 또 다른 특성은 전라도를 혐오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전라도에서 발생한 범죄 사건을 주기적으로 들추어내고 전라도민을 비하하는 단어를 만들어 그들을 조롱하고 지역감정을 부추긴다. 일베 회원들은 5․18광주 민주화 운동을 ‘광주폭동’이라 비하하고, 그 당시 희생자들을 ‘홍어’라고 조롱한다.

  언제부턴가 일베는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에 들어와있다. △김치녀(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말) △ㅍㅌㅊ?('평타(보통)치냐?’의 줄임말) △~느님(대상+하느님의 준말로서, 대상 뒤에 하느님을 붙여 그 대상을 신격화하는 용어) △~레기(대상+쓰레기. 대상 뒤에 쓰레기를 붙여 그 대상을 우롱함)등은 모두 일베에서 만들어진 말이고 이를 일반인들도 스스럼없이 사용하고 있다.

세상으로 나온 일베 회원들

  더 큰 문제는 온라인에서만 기승을 부리던 일베 회원들의 만행이 오프라인으로 번지고 있다는점이다.

  지난해 12월, ‘신은미 토크콘서트’에서 일베 회원인 B군이 황산을 투척해 논란이 일었다. 토크콘서트 진행자였던 신은미씨는 과거 ‘종북 논란’을빚은 바 있다. 콘서트 중 B군은 황산이 담긴 폭탄을 콘서트가 열린 성당 내부로 투척했다. 현장에있던 200여 명은 긴급 대피했으나, 원광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이재봉 교수 등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건에 앞서 B군은 일베에 ‘봉길센세의 마음으로’라는 글을 남겼다. 해당 게시글에는 백색 물질이든 도시락 통을 찍은 사진과 함께 '찬합 통에 폭약을 담았다. 내일이 기대된다.’라고 쓰여 있었고, 일베 회원들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현재 B군은 재판을 받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베는 세월호 유족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투쟁을 벌이는 것을 조롱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한 일베 회원은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는 세월호 유족 앞에서 치킨을 먹는 퍼포먼스를 행했다. 이를 알게 된 일베 회원들은 단체로 몰려가 피자와 치킨을 대량으로 먹는 등의 퍼포먼스를 벌였으며, 노 전 대통령을 희화하는 음악을 틀어 같이 부르며 퍼포먼스를 마무리 지었다.

대학가에도 일베 활동 기승…

  대학가도 각종 일베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3월,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 기숙사 입주 오리엔테이션에서 조교들은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문구와 사진을 사용했다. 사용된 문구와 사진은 ‘노알라’ 사진과 ‘지금 간다 이기야.’라는 문구였다. ‘이기야’는 노 전 대통령이 연설에서 사용하는 경상도 사투리를 희화한 것이다. 며칠 뒤 이 사실은 페이스북 등 각종 SNS를 통해 확산됐고 이에 해당 기숙사 관계자는 “2015년 3월 1일 신입생오리엔테이션에서 특정 사이트의 특정 인물을 희화화하는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구성원들에게 물의를 일으킨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세대 재학생 C군은 “표현의 자유는 인정돼야 하지만, 이렇게 고인을 조롱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2013년 5월에는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학생회에서 주최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사진전’을 일베 회원이 폄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당 회원은 학생회가 전시한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전시물 위에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과 ‘광주 민주화 운동은 북한의 진두지휘 하에 일어난 폭동이었다.’라는 글을 써 붙였다. 이는 해당 회원이 일베게시판에 ‘좌빨천국 고려대학교 산업화 시전’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훼손한 인증사진을 올리며 알려졌다. 고려대 재학생 D양은 “일베 회원들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며 역사왜곡 및 악의적인 비방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대학교 축제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대회에서 ‘삼일한’이라는 팀명이
논란이 됐다. 삼일한은 일베에서 쓰이는 용어로 북어와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패야 한다.̓는 의미
다. 이에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에 소속된 삼일한 팀장 E군은 ‘팀명의 뜻은 3일에 한 번씩 승급
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지만 학생들은 공식 행사에서 여성 비하로 오해될 만한 용어를 사용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 F양은 “결승전에서 팀명을 직접 들었는데, 매우 수치스러웠
다. 제대로 사과문을 올려야 한다.” 며 “같은 자연대 학우라는 게 창피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E군은
"과거 일베를 했던 건 사실이나 지난 3년간은 들어간 적이 없다."며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추호
도 없었다. 많은 분이 심적 고통을 받은 것에 깊이 반성하고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일베, 무조건적인 폐쇄는 어려워…

  지난 2013년 1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일베 운영진에게 ‘청소년 보호 활동
강화’를 권고했다. ‘청소년 보호 활동 강화’에는 △청소년유해정보 격리 △청소년유해정보 청소년
접근제한 △불법·유해정보 모니터링 자율규제 강화 △이용자 신고 시스템 개선 등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베에는 음란 및 성차별 등의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일베를 폐쇄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방통심의위는 현실적으로 페쇄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는 나라이므로 사이트 전체를 폐쇄하려면 해당 사이트에 유통되는 정보의 70%이상이 불법·유해하다는 판단이 서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베에서 유해한 정보는 짤방게시판 등 몇몇 게시판을 중심으로 유통되고 있으며, 누적된 약 2500만 건의 글 가운데 유해하다고 판단되는 글은 70%가 넘지 않는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일베사이트를 차단한다면 헌법상 표현의 자유 및 과잉금지원칙 등에 위배될 여지가 있으므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법인 게시글 단위로 모니터링해 차단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조롱 및 비하를 하는 일베 회원들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있다. 서강대학교 임지봉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표현으로 해악이 발생할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에도 법적 한계가 있다.”며 “일베에서 주로 언급되는 표현들은 이미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자유를 넘어선 혐오발언을 한 회원에게 형사책임을 묻고, 더해 사이트운영자에 대해서도 경고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폐쇄나 형사처벌 등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일베의 사상’ 저자 박가분 씨는 “일베문제를 극복하는 길은 강제폐쇄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변화로부터 시작된다.”며 “일베문제는 국가에 도덕을 강요하며 ‘쥐박이 아웃’ 등 조롱을 일삼던 촛불 문화에 염증을 느낀 사람들이 낳은 변형이다. 일베뿐만 아니라, 이에 반대하는 자들도 조롱을 그만두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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