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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중반부에 들어선 나의 20대를 뒤돌아보자면, 지극히 평범한 청춘이었다. 가장 보통의 것을 해왔고, 흔히들 있는 질풍노도의 시기도 없었다. 이런 나와는 달리 소설의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말 그대로 혼돈의 청춘을 보낸다. 그래서 마치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친구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야기는 나오코와 미도리, 그리고 와타나베의 삼각관계가 주를 이룬다. 와타나베는 절친한 친구인 가즈키의 여자 친구인 나오코를 만나게 된다.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이내 소식이 닿지 않게 된다. 대학교에 들어와서, 와타나베는 미도리와 만나게 된다. 처음에는 시큰둥했지만 미도리의 발랄한 모습에 와타나베도 마음을 주면서, 와타나베의 내적 갈등도 시작된다.

  읽으면서 독특했던 점은 인간관계의 구조이다. 소설 속 대부분의 관계는 와타나베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삼각형들로 이루어진다. 가장 크게는 와타나베와 나오코, 그리고 미도리의 관계, 작게는 가즈키, 나오코, 그리고 와타나베 등등. 여러 삼각관계들 속에서 와타나베는 두 사람의 관계 사이에 끼어있는 관찰자의 느낌을 준다.

  이 소설은 연애소설이라기보다 성장기에 더 가깝다. 많은 관계들 속에서 와타나베의 혼란과 극복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삼각형 관계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하나하나 죽음으로 깨지게 된다. 가즈키의 죽음을 시작으로, 나오코의 죽음까지. 삼각형의 꼭지점이 하나씩 사라지는 것이다. 와타나베는 이러한 ‘상실’로 인해 큰 혼란을 겪는다. 결말에서 와타나베는 ‘자신이 어디 있는 것인가’의 물음을 통하여 자신을 자각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와타나베의 사랑은 애달프다. 나오코와 결국 이루어지지 못하고, 이야기의 끝에 남은 것은 혼란뿐이기 때문이다. 나오코의 죽음으로 결말을 지은 작가의 의도는 이해할 수 없다. 이외에도 많은 의문점들이 있지만, 사랑의 의미를 찾고 나의 청춘을 뒤돌아보는 데에 있어서 좋은 계기가 되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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