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선과 악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크게 고민해 본 적이 없었지만 점점 그런 것들에 대한 구분이 생기기 시작하고 도덕적인 삶을 지향하는 것을 인생의 최고의 덕목이라고 생각했었다.하지만 더 나이가 들고 현실과 부딪치면서 그러한 삶에 대한 의문과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선과 악은 과연 무엇를 기준으로 구별되며, 도덕이란 것조차 과연 어떤 잣대를 기준으로 올바르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한 의문을 가지고 있던 차에 니체의 책을 읽으면서 그 또한 나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 반가웠다.

  니체가 저술한「 도덕의 계보학」의 핵심은 ‘도덕의 가치’이다. 도덕 그 자체에 대해 의심하며, 도덕이 현재를 위해 미래를 희생하는 마취제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핵심 주제다.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선과 악의 구분이 사실은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에 따라서 해석하는 방식이나 그들에게 주는 가치 자체가 다르다. 니체는 여기서 군주도덕과 노예도덕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과 지옥의 개념도 현세에서 지배층을 이길수 없는 사람들이 만든 노예도덕적 선과 악의 개념에서 나온 것이라 말한다.

  사람들이 좋다고 평가하고 있는 체계,법, 의무 등은 오랜 세월동안 집단생활을 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한 배신자나 반대 세력들을 처벌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것이다. 니체는 양심의 가책을 우리 안에있는 마초적 성향으로 바라보았으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이 스스로에게 가하는 형벌임과 동시에 그럼으로써 죄책감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이라고 보았다.

  니체는 비극을 운명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인간을 그린 예술형식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용감성은 욕구나 본능에 충실 했을 때 발현되고, 금욕적 이상주의자들에게는 나타날 수 없는 것이다. 니체는 금욕적 이상과 본능의 대립이 일어난다고 해도 비극적 대립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나도 그에 동의하지만 한쪽이 다른 한쪽에게 잠식되는 것을 주의하지 않는다면 파멸을 맞이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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