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 디엠’이라는 구절은 한 영화의 명대사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할 것이다. 카르페 디엠! 현재를 즐기라는 뜻으로, 때로는 힘겨운 일상에 용기를 북돋아주기도 하고, 가끔은 생각 없이 저질러버리는 충동을 변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오늘을 즐길 수는 없다. <오늘을 잡아라>의 토미 윌헬름은 그럴 수 없었다. 이 소설은 뉴욕 브로드웨이 거리의 세 네 블록 안에서 윌헬름이라는 인물의 하루를 관찰한다. 제한된 환경인 만큼 인물의 심리 묘사가 두드러진다.

  결혼 생활이 끝나버린 윌헬름은 그의 전 부인에게 보낼 위자료도 없다. 그의삶에서 현재를 즐길 여유는 찾아 볼 수 없다. 그가 처음부터 꿈이 없는 사람이었다면, 그를 마냥 응원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릴 적 그는 배우라는 당찬 꿈이 있었고, 실제로 캐스팅이 되자 다니던 학교를 자퇴할 정도로 배우에 대한 열정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세상은 그의 실수를봐주지 않았다.

  윌헬름의 주위에는 타인의 시선만을 신경 쓰고 정작 그를 외면하는 아버지와 그와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탬킨 박사뿐이다. 탬킨 박사는 좌절한 그에게 끊임없이 오늘을 잡으라고 조언하지만 오히려 그 말은 그를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에게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은 배부른 자의 오만에 지나지 않는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윌헬름이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그의 현실이 오늘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더욱 그가 현실을 이겨내고 재기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기회가 된다면 주위에 오늘을 잡을 여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지 둘러보자. 뜬구름 잡는 조언보다는 따뜻한 말 한 마디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행복해하지 않는다면, 오늘을 즐기라는 조언 대신에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고, 오늘 해가 져도 내일은 다시 해가 뜬다고, 위로를 건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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