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냄새 맡는 전자피부’ 개발한 김도환 교수 인터뷰

  본교 유기신소재 파이버공학과 김도환 교수가 세계 최초로 ‘냄새 맡는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교수를 직접 만나 ‘냄새 맡는 전자피부’의 개념과 활동전망, 그리고 그의 연구철학까지 들어봤다.

  전자피부라는 단어가 생소합니다. 먼저 학생들에게 전자피부가 무엇이고, 또 어떤 원리로 만
들어지는지 설명해주세요
  사람의 피부 기능을 나노 소재와 전자 소재로 소자화시켜 피부의 촉각 기능을 모방하는 것을 전
자피부라고 합니다. 모든 물체는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이것을 전기용량이라고 해요. 이 능력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것이 전기가 잘 통하는 도체와 도체 사이에 부도체를 넣어 만든 축전지(Capacitor)예요. 저는 이러한 전기용량의 개념을 가지고 가장 기본적인 축전지를 만들었어요. 이것은 일반 금속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피부화를 시키기 위해 잘 늘어나고 잘 휘어질 수 있는 탄소소재로 된 ‘카본나노튜브’를 이용했어요.

  ‘냄새 맡는 전자피부’를 개발하기까지 얼마나 걸리셨나요?
  연구는 제가 미국에 있을 때부터 했고, 본교에 와서 약 2년간 더 연구한 것 같아요. 약 4년이 걸렸네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이를 보완해 나가며 연구를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냄새 맡는 전자피부’는 기존의 전자피부와 비교해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요?
  저는 오래 전부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오감에 대해 연구했어요. 현재 피부를 모방한 전자피부부터 코를 모방한 전자 코, 혀를 모방한 전자 혀, 눈을 모방한 전자 눈까지 존재해요. 기존에는 이처럼 사람의 오감을 모방하는 기술들만이 존재했지만 이번에 개발한 전자피부는 사람의 피부가 가지고 있는 촉각 기능에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후각 기능을 하나의 소자에 합쳐 기존 피부의 기능을 뛰어 넘는 슈퍼피부예요.

  ‘냄새 맡는 전자피부’는 어느 분야로 응용이 가능할까요?
  ‘냄새 맡는 전자피부’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합니다. 가장 먼저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신축성있는 디스플레이입니다. 현재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과 같은 터치스크린에는 다양한 센서가 내장돼 있어요. △혈압△온도 △습도 △유해한 가스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들이 있죠. 하지만 이러한 센서들은 딱딱하기 때문에 유연하게 만들기가 힘들어요. 근데 그걸 ‘냄새 맡는 피부’를 사용하여 만들게 되면 복합감지를 할 수 있으면서 유연한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어요. 더 나아가 테블릿PC와 일반TV에도 적용할 수 있죠.

  두 번째로 응용할 수 있는 분야는 ‘푸드 세이프티(Food Safety)’예요. 어떤 음식물에 안 좋은 성분이 있다던가 그 음식물이 상했는지를 굳이 사람이 직접 색깔을 보거나 음식을 맛보지 않아도 음식 주위에 ‘냄새 맡는 전자피부’가 부착된 센서를 놓음으로써 음식물에서 발생하는 가스나 안 좋은 성분을 분석할 수 있죠. 식료품 제조 공장에서 ‘냄새 맡는 전자피부’를 응용한 센서를 사용하면 식료품 제조의 완성도도 높일 수 있겠죠?

  세 번째로 배기가스 오염을 측정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선진국에 비해 배기가스 관련 규제가 적어 일산화탄소(CO)나 질소산화물(NOx)과 같은 유해가스가 많이 배출돼요. 그런데 자동차 배기구에 ‘냄새 맡는 전자피부’가 부착된 센서를 설치하면 실시간으로 유해가스 배출을 감시할 수 있어서 배기가스 오염을 줄일 수 있습니다.

  네 번째로 ‘냄새 맡는 전자피부’가 각종 질병들을 초기에 찾아낼 수 있어요. 사람은 항상 땀구멍을 통해 땀을 흘리는데 땀이 건강한 사람은 폐하(pH : 용액 속에 녹아 있는 수소이온 농도를 지수로 표현한 단위, 중성은 pH7, pH7 보다 숫자가 크면 염기성, ph7 보다 숫자가 작으면 산성이다.)의 농도가 5.4~5.5로 약한 산성이에요. 그러나 암이나 파킨슨 병 등과 같은 질병에 걸리면 땀의 폐하가 변합니다. 저희 연구팀에서 폐하의 농도를 5.4에서 조금씩 변하는 인공 땀을 만들어 실험한 결과 ‘냄새 맡는 전자피부’가 이 변화를 감지하더라고요. 이 얘기는 ‘냄새 맡는 전자피부’가 바이오 스티커와 바이오 패치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는 겁니다. 어떠한 질병에 걸렸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사람의 땀 폐하농도로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는 신호는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신호로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해 질병을 미리 예방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사고방지용 로봇에 응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건물화재를 비롯한 다양한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119 소방대원들은 방열복과 방한복을 입고 방독면을 쓰고 사고현장으로 뛰어 들어가죠. 그러나 안전장비를 착용하더라도 소방대원들은 여전히 위험합니다. 소방대원들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선 로봇을 사용해야 합니다. 현장에 ‘냄새 맡는 전자피부’를 입은 로봇이 들어간다면, 그곳의 온도 및 일산화탄소(CO)와 메탄(CH4)과 같은 유해한 가스를 감지한 후 블루투스로 정보를 현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소방대원에게 전송을 하죠. 이 정보를 습득한 소방대원들이 그 사고현장에 들어간다면 안전하게 사고를 수습 할 수 있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교수님이 개발하신 ‘냄새 맡는 전자피부’가 군사적 목적으로도 사용가능할 것 같은데 이에 대
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맞아요. 사실 지금 국방과학연구원(Agency for Defense Development:ADD)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냄새를 맡을 수 있고 촉각도 느낄 수 있으며 온도까지 감지할 수 있는 로봇은 군사적 목적으로 적합해요. 로봇을 이용하면 ‘수천 Km가 떨어진 곳에서 화학전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로봇을 적진에 떨어뜨려 그 지역의 온도와 유해가스 등을 분석하여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물론 아직 이러한 단계까지는 무리가 있죠. 그리고 저는 ‘냄새 맡는 전자피부’를 전쟁이나 군사용으로는 사용하고 싶지 않아요.

  교수님이 속해 있는 ‘나노기반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릴게요
  제가 속해있는 ‘나노기반소프트일렉트로닉스연구단’은 우리나라에서 소속사업 연구단을 10개 정도 가지고 있는 ‘글로벌프런티어 사업 연구단’에 소속된 연구단입니다. 지금 포항공대 조길원 교수님이 단장으로 계시고 제가 세부과제 책임자로 있습니다. 저희 연구단은 새로운 소프트나노 전자소재 및 나노공정과 신개념의 소자 및 플랫폼기술이 아우러진 융·복합 원천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국내 소프트시스템의 권위자분들이 다 모여 있는 연구단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개발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나 산업적 효과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전세계적으로 안전과 바이오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어요. 사람은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고 싶어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바이오센서나 생체 시스템을 모방한 일렉트로닉스 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어요. 바이오센서나 전자피부 쪽으로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미국 △일본 등이 우리나라보다 연구를 먼저 시작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과학자들과 교수들이 연구를 하고 있어요. 사실 시장의 크기가 무궁무진해서 얼마의 가치가 매겨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많은 사람들
이 2020년까지는 적어도 1조 원 대가 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냄새 맡는 전자피부’의 한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 현 단계에서 현장 감지용 로봇피부로 활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검증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사고현장에 들어가게 되면 1,000℃에 가까운 열을 센서가 버텨줘야 하는데, 이 부분이 아직은 어렵습니다. 또 질병 등을 감지해내는데 이용하기 위해선 많은 임상 실험이 필요해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실용화는 언제쯤 이뤄질까요?
  사실 방송 인터뷰에서는 5년 정도를 예상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적용할지에 따라 다를 거 같아요. 푸드 세이프티와 배기가스 센서 같은 쪽은 5년 안으로 상용화 할 자신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고 감지 로봇피부와 바이오 스티커 그리고 바이오 패치 기술은 아직 개발할 것이 많아 5년 안에 제품화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해주세요
  저희 실험실 학생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논문에 나온 학생 외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같이 연구한 학생들의 도움도 컸어요. 저희 연구실 이름이 약어로 ‘FOND’예요. ‘FOND’의 뜻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단란한’, ‘가족같은’ 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많은 연구를 하기 보다는 좋은 연구를 하고 싶어요. 좋은 연구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하고 같이 소통하면서 해야 해요. 이를 위해 노력했고, 저희는 단란한 연구소 문화를 만들었고 이런 연구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답니다.

  또 다른 뜻은 ‘어리석은’입니다. 이는 자만하지 않고 타인의 조언을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자는 의미입니다. 이 자세로 서로를 배려하며 연구해나간다면 연구실이 더욱 밝아지고 더 나아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것이 저희 연구실이 지향점이며 저의 연구철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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