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화)과 16일(수), 북한의 조선중앙TV는 두 번에 걸쳐 짧지만 흥미로운 소식을 내보냈다. 뉴스의 제목은 ‘황해남도 은천군에 있는 덕천협동농장에서 산림조성을 잘해서 그 덕을 보고있다.’는 것으로 약 1분 분량이었다. 내용인즉 그 협동농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산림 1,800여 정보가 15년 전만해도 '고난의 행군’의 후과(결과)로 좋지 않았는데, ‘조국의 산들을 푸른 숲이 우거진 황금산, 보물산으로 만들라는 당의 의도를 마음으로 받아 안고 필요한 대책들을 취해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먼저 양묘장을 만들어 30여 종의 묘목을
키우고, 이 나무들을 산에 옮겨 심은 후에는 산림조성과 보호관리를 잘하여 푸른 숲을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세대별로 자기의 ‘땔나무림’이 있어서 거기에서 자라는 아카시아 나무 등 잡관목을 베어 이용함으로써 땔감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다.”는 대목이었다.

   우리가 북한의 경제난을 떠올릴 때 대표적인 장면들은 산꼭대기 부근까지 조성된 다락밭과 민둥산, 그로 인해 되풀이되는 홍수 피해이다. 북한 당국은 오래전부터 산림 황폐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면,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모두가 (한국)전쟁 후에 복구건설을 한 것처럼 산림복구전투를 힘 있게 벌여 조국의 산들을 푸른 숲이 우거진 황금산으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부문들에서 수림화, 원림화, 과수원화를 실현하기 위한 사업을 일관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주민들이 부족한 식량과 땔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벌이는 개간과 남벌을 근본적으로 막는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겨울이 길고 가옥의 단열시공이 미흡한 북한에서 난방연료 문제는 물이나 전기 못지않게 사활이 걸린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대북 묘목지원 사업이 일부나마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단절된 남북관계를 감안할 때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시 북한의 방송 보도로 돌아가 은천군의 한 협동농장에서 세대별로 할당한 ‘땔나무림’의 의미와 파급효과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한다.

  첫째, 이 조치에는 ‘우리의 것’보다 ‘내 것’을 더 중요시하는 인간 본성의 이기적인 성향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추정컨대 협동농장에서 산림을 공동으로 운영할 당시에는 농장원들 각자가 산림 관리에 소극적인 반면 땔감 확보에는 적극적으로 나섬에 따라 절대량이 부족한 나무들이 채 자라기도 전에 베어지는 현상이 만연했을 것이다. 이제 세대별로 ‘땔나무림’을 할당함에 따라 자기 구역에 대한 산림관리를 좀 더 잘 함은 물론 수목들이 충분히 성장할 때가지 기다렸다가 벌목하는 선순환의 단초가 마련된 셈이다.

  둘째, 이 내용이 북한의 정규 방송보도를 통해 전파된 데도 함의가 있다. 북한의 신문이나 방송 내용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휘아래 사전에 기획되고 철저한 검열을 거친 것으로서 당국의 정책방향을 알리면서 이를 따르도록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 이로 볼 때 위의 보도는 북한 내의 여타 기관이나 단체들로 하여금 덕천협동농장의 모범사례를 원용하여 실천에 옮기도록 독려하는 성격을 갖는다.

  셋째, 이처럼 표면에서 관찰되는 작은 변화는 곧 북한체제의 심연에서 방향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커다란 흐름의 작은 줄기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미 북한에서는 중앙에서 통제하는 경제관리 시스템이 그 기능을 대부분 상실하였고, 비대해진 장마당에는 각종 물품거래에 위엔화가 중심통화로서 공공연히 유통되고 있는 형편이다. 더 나아가 자본을 축적한 이른바 ‘돈주’들이신흥재력가로 부상하여 아파트를 시공하여 분양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또한 농업부문에서도 3년 전부터 ‘포전담당제’라는 이름으로 가족단위의 영농을 확대하여 개인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생산이 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외부세계의 연이은 대북 제재조치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북한이 활로를 모색하는 방향이 자본주의적 경제방식과 닿아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현재 북한에서 움트고 있는 이러한 변화는 남북이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길에서 긍정적으로 기능할 싹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북한에서 어렵게 태동하고 있는 소중한 맹아가 불의의 역풍을 맞아 소멸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데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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