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주년 기념 전국대학토론대회에서 우승한 동아리 ‘만장일치’ 인터뷰

 

 

 

교육부에서 진행한 광복 70주년 기념 전국대학생토론대회에서 내로라하는 대학들을 제치고 당당히 대상을 차지한 학생들이 있다. 동아리 만장일치의 김시환(법학·14), 나윤지(철학·15), 박희원(철학·13), 이준명(경제·14)이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대상을 받았지만 자만하지 않는다. “말도 못하는 학생끼리 고군분투하며 연습했다.”는 그들의 말에선 겸손함마저 묻어난다. 인터뷰 중 던진 질문 ‘어떻게 토론을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해 ‘경청과 공감, 자유로운 대화’라는 대답을 내놓은 그들, 지금부터 토론의 달인들을 함께 만나보자.

 

  여기 계신 네 분 모두 본교 토론 동아리 만장일치 회원들이에요. 먼저 본인과 동아리에 대한 소개부탁드릴게요.

  김시환(이하 김): 저는 만장일치에서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대립하는 것이 토론이다 보니 저희 동아리 이름이 매우 역설적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장일치라는 이름에는 청중들의 의견이 만장일치가 될만큼 설득력 있는 토론을 펼치겠다는 포부가 담겨있어요. 또한 토론자들이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토론해보자는 의미도 있다고 들었어요.

  나윤지(이하 나): 저는 이번 학기에 들어온 신입회원이에요. 대회가 시작할 무렵에는 동아리에 속해 있지 않았는데 박삼열 교수님이 추천해주셔서 들어오게 됐어요. 처음에는 분위기가 익숙하지도 않고 교내 유일한 토론 동아리인 만큼 선배님들이 말씀도 굉장히 잘하셔서 많이 주눅들었어요. 그런데 다들 잘해주시고 서로 편하게 대하는 분위기다 보니 금방 적응한 것 같아요.

  박희원(이하 박): 저는 토론을 기획하는 기획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준명(이하 이): 저는 정보국장이고, 동아리 내에서 필요한 양식을 만들거나 토론을 기록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어요. 

 

  특별히 토론 동아리에 들어가게 된 이유가 있나요?

  김: 저는 일학년 때 ‘토론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으면서 토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우리 학교에 ‘창의적 사고와 독서 토론’처럼 토론과 관련 있는 교양 과목이 많잖아요? 그래서 일학년 이후에도 이 수업들을 들으면서 토론을 체계적으로 준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그러다 만장일치가 우리 학교에서 토론으로 유명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지난 학기에 지원했고, 현재 두 학기 째 활동 중입니다.

  이: 저는 지난해에 입학을 하고 바로 지원해서 활동했어요. 고등학생일 때부터 토론 활동을 해오기도 했고, 평소에도 관심이 많았거든요. 친구들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종교나 정치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래서 처음에는 동아리 사람들이랑 이런 주제들을 놓고 자유롭게 이야기 해보고 싶었을 뿐 대회에 나갈 생각까진 없었어요. 그러다 교육부에서 ‘대한민국 성장의 역사와 미래세대가 나아갈 길’이라는 대주제를 가지고 토론 대회를 주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제가 평상시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와 관련이 많았기에 한 번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토론 대회의 주제와 진행 방식이 궁금해요.

  박: 대회는 2차에 걸쳐 진행됐어요. 먼저 1차는 토너먼트 형식이었는데, 본선에 진출한 8팀들이 각기 두 팀씩 짝지어 경쟁했고 남은 4팀이 2차에서 경쟁을 펼쳤어요. 1차에서는 두 팀이 돌아가며 발표를 했는데 발표한 팀에게 상대팀이 질의하며 토론을 이어갔죠. 2차는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이 없고 심사위원들이 발표를 보고 점수를 내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요. 점수가 가장 높은 팀이 우승을 하는 것이었죠.

  이번 토론대회는 일반 찬반토론과는 달리 주최 측이 정해놓은 큰 대주제 안에서 각 팀이 원하는 소주제를 정하는 방식이어서 새로웠어요. 또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각자 시간에 맞춰 스피치를 준비하다 보니 토론대회보다는 스피치 대회 같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김: 주제는 주최 측에서 먼저 ‘대한민국 성장의 역사와 미래세대가 나아갈 길’이라고 정했어요. 그리고 참가자들이 그 안에서 세부 주제를 정했어요. 1차에서 저희는 ‘한국 교육의 성과와 앞으로의 한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2차에서 ‘통일 시대를 대비한 북한이탈주민 지원 정책 제안’을 주제로 발표했어요.

 

 

 

 

  굳이 이 주제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 교육부에서 주최하는 만큼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어요. 우리나라 사람 누구에게 물어도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주제가 교육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첫 번째 주제로 대한민국 교육을 고르게 됐어요. 북한이탈주민을 택한 이유는 요즘 통일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도 이와 관련해 활동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김: 이번 대회의 기조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었고 광복 70주년 기념 토론대회였기 때문에 통일에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팀들도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관련해 통일에대한 주제를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대회에 나가보니 통일을 주제로 잡은 팀이 많더라고요. 저희는 통일 중에서도 북한이탈 주민들에 대한 정책으로 좁혔어요.

 

 

  토론 내용 중 주요 부분만 소개해주세요.

  김: 1차 주제와 관련해서는 입시 정책이 어떻게 발전해야 되는지에 대해 얘기했어요. 수학능력시험을 자격시험 정도로 만들고, 실질적으로는 학생들의 개별 역량을 평가하는 입시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방향을 제시했어요. 그게 다른팀과 비교해 독특하고 구체적이어서 주목을 받은 것 같아요.

  박: 2차에서도 이탈주민에 대한 정책 개선 방향이 구체적이었던 것이 인정받았던 것 같아요. 또한 저희가 왜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다루게 되었는지를 언급하길 잘했다고 봐요. 저희는 앞으로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가정 하에 무엇이 중요할까 생각했어요. 생각해보니 북한이탈주민들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통일이 된 후에 북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와 연결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부터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통일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이유로 주제를 선정했다고 밝혀
공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토론 준비는 어떻게 하셨나요?

  나: 방학이 끝나기 약 2주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어요. 이번 토론 대회는 저희가 토론 외에도 프레젠테이션이나 스피치 등 신경써야할 것이 많아 시간이 더 걸렸던 것 같아요.

  김: 장소는 동아리실이나 강의실을 사용했어요. 먼저 주제에 대해 팀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보고서에 따라 프레젠테이션과 스피치를 준비했죠.

  그리고 대회 안내문에 나온 점수 배점표를 보면서 어떤 부분에서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저희가 주제를 제시할 때 주제의 논리적으로 연결이 되는지와 창의성도 얼마나 갖췄는지를 따져봤어요. 저희의 스피치 실력과 팀워크와 협력 정도, 그리고 질의응답에서 허점을 지적당했을 때 그것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방어하는지도 고려하는 등 최대한 배점 기준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했죠.

  이: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서류 접수 기한이 두 차례나 연기됐다는 거예요. 그러다보니깐 한편으론 더 탄탄하게 준비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빨리 끝내고 싶은데 준비를 계속 해야 하니 지치더라고요. 예선 접수가 늦춰지다보니 본선 2차 대회를 준비할 시간도 부족했고요.

  김: 아, 준비 과정에서 저희 담당 교수님이신 박삼열 교수님께서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장소 대여나 물질적인 지원도 아끼지 않으시고 대회 전날까지 스피치에 대해 피드백주시면서 노력하셨거든요.

 

  다른 팀에 비해 만장일치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김: 기본적으로는 저희가 정해진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한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앞서 말했던 것처럼 저희는 심사위원들이 채점하는 기준을 최대한 준수하려고 노력했고, 4명의 발표 분량도 비슷하게 맞춰 역할 분배를 공정하게 하거나 주어진 발표 시간도 철저히 맞추는 등의 노력을 했어요. 이 부분들이 다른 팀에 비해 좋게 보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박: 사실 대부분의 팀들이 1차를 합격한 다음에 2차를 준비했을 거예요. 1차를 통과할 확신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2차를 준비하기엔 시간이 빠듯했을 거고, 실제로도 2차 발표 준비가 미흡했던 팀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희 팀은 이준명 학우가 2차 주제에 대해서 기존에 공부를 많이 해뒀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해도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저는 고등학교 때 북한이탈주민의 인권에 관한 활동을 많이 했었어요. 실제로 북한 이탈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거나 인권 관련 포럼에 가기도 했고, 서울대학교에서 발표도 해봤어요. 이 경험들이 대회에 큰 도움이 됐어요.


  토론 중에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차에서 만난 서울대와 연세대 학생들로 구성된 사통팔달 팀에게 했던 질문이에요. 그 팀이 내놓은 입시 제도의 대안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입학사정관 제도와 큰 차이가 없어보였거든요. 그래서 이를 비판했죠.

  박: 스피치를 잘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토론을 잘 하는 것과 스피치를 잘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만기본적으로 목소리와 발성, 그리고 발음 이 삼박자가 갖춰지면 토론할 때 훨씬 신뢰감이 느껴지고 집중이잘돼 토론을 잘하는 것 같은 효과가 있거든요. 또 몇 팀은 모든 대본을 암기했는데 대단했어요. 그렇지만대회에서 도움은 크게 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팀이 큐카드를 보면서 발표했거든요.

 

  토론을 할 때 가져야 할 자세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나: 선배들에 비해 경험이 부족해서 말하기 조심스럽네요. 굳이 얘기하자면, 저는 경청을 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배웠어요. 그리고 자신의 의견이나 상대방의 의견에서 논리적 허점을 파악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토론은 논리성과 합리성을 갖추고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습관도 필요해요. 무엇보다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가 가장 중요하겠죠?

  이: 저도 경청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다른 사람이 어떻게 말하는지를 듣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말할 때 항상 논리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지만 한 번 더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하려고 했구나.’ ,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구나.’하고 공감해본다면 논리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되고 비판력도 키울 수 있을 거예요.

  박: 저는 고등학교 때 토론 동아리를 하면서 생각해온 바가 있는데, 바로 모든 사람은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거예요. ‘저 사람은 진지한 얘기는 조금도 안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그들 나름의 생각과 논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논리나 그 논리를 풀어내는 스타일은 충분히 다를 수 있어요. 그래서 ‘저 사람과는 말이 통하지 않겠다.’고 지레짐작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요. 또한 그들의 생각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자기 생각만 고집하면 안돼요. 그러면 사고와 논리를 확장할 수 없다고 봐요.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간단한 토론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저는 평소 대화에서도 쉬운 주제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토론식의 대화를 좋아해요. 예를 들어 ‘SNS에 사적인 이야기를 공개하는 것’에 대해 좋게 평가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이런 이야기를 각자 저마다의 논리를 갖춰 자유롭게 하는 거예요. 만장일치에서는 이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평소에 따로 연습하지 않아도 이런 사소한 대화 속에서 토론 능력을 키우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김: 현재 저희 동아리에 다른 토론 대회를 앞두고 있는 회원들이 있어요. 여기 있는 친구들도 마찬가지고요. 회원들이 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저희 동아리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힘껏 도와줄 생각이에요. 그리고 이번 학기에 신입회원들이 15명 정도 들어왔는데, 이들이 앞으로 대회도 많이 경험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또한 토론에 대한 본교 학생들의 관심도 높이고 싶어요. 토론 관련 수업이 많은데도 아직까지 다른 학교에 비해 토론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같아요. 토론을 어려워하지 말고 쉽게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하고요. 저희 만장일치가 이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를 들어 페이스북 ‘숭실대학교 대나무 숲’ 페이지를 보면 댓글로 특정 문제에 대한 공론의 장이 열리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이렇게 학교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학교 구성원들을 모으고, 더 나아가서 학교 외의 사람들도 연결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다리의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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