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도중 갑자기 눈이 먼 남자를 필두로 백색 실명이 삽시간에 사람들에게 퍼진다. 정부는 이 실명이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눈먼 자들을 격리시키지만 결국 의사 아내를 제외한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고 만다. 저자는 의사 아내의 눈을 통해 눈먼 자들의 비인간성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의 메시지가 함축된 문구인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 , 이들은 바로 현대인들 또는 현대 사회를 지칭한다. 현대인들은 인간 존엄성을 잘 알고 있지만 이 가치가 보이지 않는 척하고 비인간적인 행위들을 일삼는다. 즉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비인간적인 현대인들을 진정한 눈먼 자들이라고 고발한다.

 한국 사회도 저자의 쓴 소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한국 사회는 인간답지 못하다. 한국 교육 시스템은 줄세우기를 통해 학생들에게 이기주의를 가르친다. 한국의 공동체주의 문화는 학내의 집단 따돌림으로 악용된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인격, 인간다움을 형식적으로만 가르칠 뿐, 성적을 기준으로 제자의 가치를 평가한다. 사회에서는 개인의 가치를 그 사람의 인격, 존엄성이 아닌 연봉, 학벌,권력 등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결국 한국 사회는 한국인들을 눈먼 자들로만들었다.

 그러나 저자는 의사 아내를 통해서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준다. 그녀는 눈먼 자들을 위해 희생한다. 그녀의 희생정신으로 눈먼 자들은 의사 아내에게 연대의식을 느끼고, 인간애 등의 인간적인 가치를 회복한다. 그들은 물리적인 눈은 멀었지만 비로소 진정한 내면적 가치의 눈은 뜨게 된 것이다. 한국 사회에도 의사의 아내처럼 진정으로 눈뜬 자들이 많아진다면 저자의 의도대로 정말 휴머니즘적인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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