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나 동아리 등 본교 학생 자치 기구에는 다양한 선후배 관계가 존재한다. 이 관계는 기구의 특성에 따라 학번제와 기수제 그리고 나이제로 나뉜다. 기구마다 다른 선후배 관계. 이 관계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또 과거와 달라졌다면 어떻게 달라졌는지 들여다보자.

스트릿댄스 동아리 플레이버

 플레이버는 공연을 위해 퍼포먼스를 준비하다 보니 모여서 연습할 일이 많아요. 그때 신입회 원에게 한 기수 높은 선배가 춤을 가르쳐 줘요. 기수제가 없었다면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 어 려움이 있었을 거예요. 기수에 따른 위계질서가 있으니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죠. 또 졸업한 선배들이 방문하기도 하는데 저마다 기수가 있으니 연대감이 더 커지기도 하죠. 단점도 있어요. 지난 2012년에는 기수제가 유독 엄격했어요. 후배는 무조건 선배에게 존댓말 을 사용해야 했고, 선배는 후배에게 반말을 하며 이름을 불렀어요. 그런데 나이가 많은 후배가 들어오면 반말로 이름을 부르기가 미안해지더라고요. 이때 25살인 신입부원이 들어왔어요. 21 살인 선배들은 이 신입부원의 이름을 부르기가 미안해서 그의 영어 이름인 ‘체이스’로 불렀어 요. 작년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는데, 말을 편하게 하진 않았고 형의 강원도 사투리인 ‘성’을 붙 여 불렀어요. 올해에는 기수제가 많이 완화돼서 기수가 낮은 후배가 나이가 많다면 선배도 존대 를 해야 해요.

 

밴드 동아리 두메

 나이제다 보니까 기수에 상관없이 형, 동생 하면서 편하게 지낼 수 있어요. 기수제로 운영하 면 기수는 높은데 나이가 어린 사람과 기수는 낮은데 나이가 많은 사람이 갈등을 빚을 수 있어 요. 이런 상황을 미리 방지할 수 있죠. 그러나 단점도 있어요. 동아리 운영진이 행사를 진행할 때 운영진보다 나이가 많은 후배가 동 아리 운영에 간섭하는 등의 마찰이 생기기도 해요. 예를 들어 정기공연에서 부를 곡을 선정하거 나 공연장소를 대관하는 과정에서 서로 얼굴 붉힐 때가 있죠. 그러나 이는 동아리 회원들의 의 견을 잘 수렴하고 설득해서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운영진을 선출하고, 회원들이 그들을 믿 고 따르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스킨스쿠버 동아리 SSDG

 SSDG는 올해 43년째를 맞이하는 동아리예요. 바다로 여행을 갈 때 함께 가거나 매년 홈커밍 데이를 여는 등 선배들과 만나는 기회가 많아요. 일단은 기수가 정해져 있으니 먼 기수의 선배 를 만나도 하나라는 동질감이 들어요. 기수제는 이런 면에서 좋아요. 또 스킨스쿠버는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레저스포츠예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죠. 그래서 경험이 가장 많은 최고 기수 선배님이 상황지시를 해요. 위험에 대비해 긴장감을 유지하고 회원 들을 통제해야 해서 기수제의 위계질서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신입생은 이런 상황을 못마땅해 할 수도 있죠. 그래서 2년 전부터는 나이제도 섞어서 운영하고 있어요.

미식축구 동아리 크루세이더

 크루세이더는 지난 2012년 겨울에 만든 미식축구 동아리예요. 미식축구는 한 팀에 열한 명 이 출전해요. 많은 사람이 필요한 운동이라서 홍보를 많이 했는데, 국내에서 미식축구는 비인 기 종목이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어서 회원이 많지는 않아요. 미식축구가 몸을 많이 쓰는 운동이라서 위계질서를 강요하는 분위기일 것으로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나이나 학년을 신경 쓰지 않고, 졸업생도 와서 편 하게 운동하는 분위기예요. 그렇지만 위계가 없다 보니 잘 단합이 안 되고 모이기도 힘들다는 단점이 있죠. 하지만 다들 성인이고, 대부분 군대도 다녀왔기 때문에 굳이 강압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없 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나이제를 유지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두 번은 모여서 연습하고, 상대 팀을 구하면 운동장을 빌려 시간 되는 동아리원이 모여 경기를 해요. 자율적으로 운영해 도 경기 날에는 동아리원이 다 모여요.

문예창작전공 연극 소모임 극락

 학과에 소속된 소모임이라서 자연스럽게 학번제로 운영되고 있어요. 극락은 일 년에 한 번 정기공연을 열어요. 그래서 연출과 무대, 그리고 배우 등을 담당한 학생 들은 모두 모여 연습을 반복하죠. 아무래도 경험이 있는 선배가 연습을 이끌어주고 후배가 그것에 따라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재수해서 나이가 같거나 많은 경우에는 상호존대를 하고 있어요. 공연경험이 있 는 학번이 높은 학생들을 중심으로 공연을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번제가 유 지되고 있지만, 학번제의 의미가 과거처럼 엄격하지는 않아요. 개인의 자유와 다양 성을 존중하는 시대의 분위기에 맞춰 엄격했던 선후배 관계가 많이 완화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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