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유니온 정책국장 정준영, 청년실업 문제와 노사정 대타협에 대해 말하다

 

요즘 청년들을 ‘N포세대’라고 일컫는다.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구입 △희망 △꿈 등을 포기하는 청년들의 문제 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 경쟁적으로 청년을 위한 정책이라며 거창한 목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수년 동안 청년정책은 쏟아지고 있지만, 청년들은 스펙을 쌓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 나아지지 않는 청년실업 문제와 청년정책에 대해 청년 유니온 (청년 노동조합) 정준영 정책국장을 만나 직접 들어봤다.

청년 유니온은 어떤 단체인가요? 그리고 이곳에 서 일하시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청년 유니온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실업 및 노동 환경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청년노동조합’이 에요. 청년유니온은 청년들의 노동권을 향상하 고자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청년세대별 노 동조합입니다. 2010년 3월 창립되어 △편의점 아 르바이트 실태 조사 △피자 배달 30분제 폐지 △ 학원 강사 근로조건 실태조사 △블랙 기업 실태 고발 등의 일을 하고 있어요.

 학부 시절부터 청년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특히 대학생들의 주거환경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어요. 그래서 청년주거권을 보장하고 주 거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인 민 달팽이 유니온에서 일했어요. 그러면서 청년 유 니온과 연대했었는데, 같이 일하면서 주거문제 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노동 문제에도 관심을 갖 게 됐어요. 그래서 2013년부터 청년 유니온에 들 어왔죠. 정책국장은 2년 째 역임하고 있습니다.

대학진학률이 84%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 금의 청년 문제는 사실 대학생들의 문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한국에서 고졸자와 대졸자의 근로조건은 격차 가 심해요. 실제로 고등학교만 졸업한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잡기 어려운 실정이에요. 대학 에 가야만 그나마 번듯해 보이는 직장에 지원이 라도 해볼 수 있죠. 그래서 대부분의 청년들이 사 실상 강요받듯이 대학을 가고 있는 것이고요.

 대학을 간 청년들은 투자한 학비만큼 전 생애 에 걸쳐서 보상받고 싶어해요. 그런데 대학을 졸 업해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 같은 양질의 일 자리가 아니면 불안정하고 임금이 낮은 일자리 로 나뉘어 있는 게 현실이죠. 이렇게 양극화된 선 택지밖에 없는 게 문제예요. 양질의 일자리를 포 기하고 ‘묻지 마 취업’을 해서 비정규직으로 전전 하기에는 우리 사회시스템이 너무 불안정해서 투자한 학비만큼 보상받기는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 대학생들의 실업 문제가 점차 심각해지고, 결국 문제해결도 안 되는 악순환의 구조에 빠져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월 13일에 ‘노사정 대타협’ 합의문이 발표됐습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임금피 크제와 취업규칙 변경 등인데요. 이 합의가 청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정부가 대타협을 두고 ‘청년들을 위한 노동개 혁’ , ‘미래를 위한 과제’라고 홍보하고 있어요. 임금피크제와 일반해고제를 도입하면 청년들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거죠. 그런데 과연 이 합 의가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거나 개선할지 의 문이 들어요. 오히려 청년들의 어려운 모습만 뚜 렷이 드러낼 뿐 실질적인 청년 고용문제를 위한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것 같아요. 기대했던 청 년들이 실망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임금피크제는 정년이 연장되는 노동자들이 있 어 고용 부담이 늘어나는 기업 측의 부담을 덜기 위해 이들의 임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거예 요. 마치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임금수준도 높 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청년실업 문제에 책임이 있다는 것처럼 들려요.

 그리고 노사정 대타협에 포함된 근로계약 조 항들을 보면 ‘일반해고’라는 표현으로 저성과자 를 해고할 수 있는 조항이 있어요. 청년들이 취업 하면서도 서로 경쟁하며 좌절했었는데, 앞으로는 정규직으로 고용돼도 끊임없이 회사의 눈치를 보 며 자기 성과를 증명해야만 할 거예요.

정부·여당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기업이 인건비 용을 절약할 수 있고 이 비용을 청년채용에 투자 함으로써 청년실업해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 어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법적으로 강제하지 않는 이상은 절감 한 인건비를 신규채용에 투자하기 어려워 보여 요. 항상 그렇듯이, 자신들의 장기적인 리스크를 고려하고 불확실성을 제거한 뒤에야 비로소 안 정적인 정규직을 고용하겠다고 얘기할 것 같아 요. 정년자들의 인건비를 삭감한다고 해도, 신입 사원들을 고용해야 하니 기업 입장에서는 전체 인건비용이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임금피크제로 임금을 조정한다 고 해서 기업 측이 절약한 비용으로 신규채용을 할 거라 말하는 건 착각인 거죠. 다만 단기적인 상생 고용지원금을 받는 혜택을 잠시 누리려는 기업들은 있겠지요.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공공기관 같은 경우에 는 임금피크제로 절약한 몫을 청년실업 신규채 용에 쓸 수도 있을 것 같네요. 하지만 실제로는 공공기관에서도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겠다고 노 사가 합의하는 과정에서 신규채용에 관한 내용 이 많이 빠지고 있어요.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정년을 연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에요. 정년연장에 따르는 합리 적인 대책으로 임금피크제를 함께 이야기한다면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것을 장년 일자리 대책이 아닌 청년고용대책으로 이 야기하는 것은 잘못된 거죠. 기업에 연장된 정년 까지 무조건 고용을 유지하라고 하면 기업에도 문제가 생기니, 이때는 노사합의를 위해서라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단순 연령에 의해서 기계적 으로, 폭력적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은 잘못 됐어요. 대신 노동시간을 함께 줄여나가는 방식 이 합리적이에요. 가령 55세부터 60세 구간 사이 는 임금을 줄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60세까 지 고용을 안정적으로 보장한다면 50세부터 10 년에 걸쳐서 노동시간을 점차 줄여나가며 이에 맞춰 임금을 조정해야겠죠. 그리고 남는 시간에 는 안정적으로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도 록 하고요.

노사정 대타협에서 일반해고 지침과 임금피크제 도입에 ‘노사 간 충분히 협의한다.’라는 조건이 있 습니다. 동의 대신 협의를 조건으로 달았을 때 생 길 수 있는 문제점이 있을까요?

 원래 노사정 위원회에서는 노동자와 사용자, 그리고 정부라는 세 주체가 공정하게 협의를 해 야 해요. 그런데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력하게 합 의를 밀어붙였어요. 임금피크제나 일반해고와 같은 근로규칙은 시장에서 노동자와 사용자가 자율적으로 합의해야 하는 사안인데, 정부가 자 신들의 정책으로 세우고 강행한 것이죠.

 정부의 이러한 일방적인 태도를 잘 드러내주는 것이 바로 ‘노사 간 충분히 협의한다.’라는 합의문 의 조건이에요. 협의는 동의와 비교했을 때 법률 용어로서 수준이 훨씬 떨어져요. 이야기만 나눠 도 협의라고 할 수 있으니 결국 추진할 때 필요한 명분만을 제공하는 꼴이 될 수 있어요. 정부가 정 말로 노사 간의 자율을 존중했다면 협의가 아닌 합의나 동의 등의 다른 표현을 사용했을 거예요.

일부 기업에서 인턴제나 자원봉사를 구실삼아 청 년들에게 이른바 ‘열정페이’만 주고 노동을 착취한 사례들이 많습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기업이 청년들 에게 인턴이나 대외활동, 혹은 자원봉사라는 명 목으로 필요한 노동을 요구하면서도 물질적으로 는 제대로 보상하지 않고 있죠. 하지만 청년들은 무한경쟁 속에서 경력 한 줄을 위해서라도 이 부 당한 처우를 견뎌야 하는 현실이에요. 정부나 국 회가 나서서 이를 규제해야 하는데 여태껏 방치 해왔어요. 그러다 보니 결국 채용시장에서 이 부 당한 조건이 관행으로 자리 잡았죠.

 과거엔 그러지 않았어요. 원래 일자리를 구 하고, 직무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 해요. 한 사람이 노동시장에서 점차 성장해 나 가는 거죠. 외환위기 이전에는 기업이 청년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후 일하면서 배우게 했어요. 노동자를 교육하는 비용을 기업에서 지출한다 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외환위기가 발생하고 노 동시장이 유연화되면서 기업들은 경영전략을 바꿨어요.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정규직을 비정 규직으로 대체하더니 이제는 청년들에게 들어 가는 재교육 비용도 개인과 사회에 전가하기 시 작했어요. 그래서 기업은 자격증이나 어학능력, 또는 인턴 경험 등 많은 능력과 경력이 있는 준 비된 사람들을 채용하려고 하죠. 결국 노동시장 에서 자기 몫을 하는 청년들만 기업들이 선택하 게 됐어요.

 그리고 자기 몫을 하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이 열정페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거죠. 본질은 일종 의 노동착취임에도, 워낙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 하다 보니 스스로 나서서 본인을 착취해달라고 매달리게 되는 상황이 됐지요.

어떤 정책이 청년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요?

 최근 서울시와 성남시가 발표하고 있는 청년 보장 정책에 희망을 걸어보고 있어요. 요약하면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일정액의 소득을 시 에서 보장해주는 거예요. 이 시도들을 놓고 ‘용돈 주기’나 ‘표퓰리즘’이라고 하면서 정치적으로 비 난하기도 해요. 불안정할지는 몰라도 새로운 시 도들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의 청년정책과는 접근법부터 다른 정책이거든요.

 그리고 정부의 청년정책이 가지고 있는 공백 을 메우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생각해요. 아직 부족한 점이 많겠지만 우리 사회의 청년정책이 새롭게 전환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청년들의 구직과정에 도사린 위험과 생활안전을 보장하는 안전망을 돌아보는 취지라고 생각해요. 청년들 도 이런 정책에 주목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 야겠죠.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이 어떻게 노 력해야 할까요?

 청년들이 자신을 탓하며 자책하는 것을 그만 둬야 해요. 여러분들은 충분히 노력하고 있어요. 지금의 청년들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세대가 있 었나요? 최저임금도 못 받는 등의 부당한 대우뿐 만 아니라 성희롱, 그리고 폭언·폭행과 같은 일 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며 감내하지 마세요. 청년실업 문제는 청년들 개인 의 문제가 아니에요. 청년들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넘칠 정도로 준비되어 있는데, 이 청년들에 게 양질의 일자리가 공급되지 못하는 구조가 문 제예요. 이 구조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축소시 켜서 보도록 강요해왔기 때문에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던 것이고요.

 하지만 사회를 신뢰하기 어렵고 미래가 불투 명한 상황에서 힘들다는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그 시간에 스펙을 쌓는 것이 청년들에게는 합리 적인 선택일 수 있어요. “왜 나서서 목소리를 내 지 않느냐?”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이죠. 하지만 이 현실의 문제를 인식하고 진정으로 바꾸고 싶다 면 구조에 맞서서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고 생각해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직접 나서야 해요.

 능력과 성과만을 요구하는 사회의 논리를 그 대로 수용하기보다는 동시대 청년들의 삶의 모 습도 한 번쯤 살펴보는 게 어떨까요. 취업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제는 옆을 돌아볼 때예요.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결국 우리는 언제까지나 불행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서로 경쟁하기보다 는 연대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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