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신격호(94세) 롯데그룹 총괄회장에 대해 여동생 신정숙 씨가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하였다. 현재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장남 신동주(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와 차남 신동빈(한국 롯데그룹 회장) 사이에서 롯데그룹 지배권 쟁탈전, 이른바 형제의 난이 진행 중이다. 차남이 발 빠르게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과 장남인 형의 한국 롯데그룹 등기이사 자격을 박탈하여 형의 롯데그룹 지배를 무력화시키는 선제공격을 감행하였다. 분노한 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상속자는 장남이라고 선언함으로써 차남인 신동빈 한국 회장의 지배권 쟁탈을 무력화시키는 반격을 가하자 차남 편인 여동생이 오빠인 신 총괄회장의 성년후견심판을 법원에 청구한 것이다.

  성년후견심판은 성년인 자가 질병, 장애, 노령, 그 밖의 사유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해서 모자란 경우 일정한 신분관계에 있는 자가 법원에 성년후견개시를 신청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성년인 자가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된 경우 그의 행위능력(단독으로 유효하게 재산권 등을 처분할 수 있는 법적 능력)을 박탈한 후 법원에서 선정한 성년후견인이 그의 재산권 및 신분권 등에 대한 처분권을 대신 행사토록 하는 제도가 성년후견제도이다.

  아버지가 94세의 고령으로 정신이 오락가락 사리 분별력이 없는데도 장남을 롯데그룹 경영권자로 인정한 것은 부당하므로, 아버지의 처분권을 박탈하여 차남에게 유리한 처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성년후견인을 선임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성년후견심판에는 반드시 본인(아버지)의 의사를 들어보도록 법이 규정하고 있으므로 고령인 신동빈 총괄회장을 법정에 출석하도록 한 것이다.

  돈 앞에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인가?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형제가 다투는 중에 결정적 결정권자인 고령의 아버지를 ‘지속적 사무처리능력결여자’로 만들기 위한 무정한 법적 수단이 모색되고 있는 것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조선시대 돈 상평통보에는 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다. 그 구멍을 통해 인간의 정이 흐르고, 감정이 흐르고, 탐욕의 바람이 빠져나가는 소통이 이루어졌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의 돈에는 구멍이 뚫려 있지 않다. 그래서인지 돈 앞에 혈육도, 인간애도 사라져 버렸다. 혈연관계 중 형제만큼 어려서부터 죽을 때까지 가장 오래 함께하는 혈족은 없다. 까닭에 형제는 부모나 자식보다 훨씬 더 가까운 사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돈 때문에 형제의 등에 칼을 꽂는 현실이 롯데, 삼성, 현대, 두산 등 수많은 재벌그룹 사이에서 벌어져 왔다. 학우 여러분도 돈 분쟁 앞에서 형제애를 택할 것인지 아니면 돈을 택할 것인지 지금부터 고민 한번 해 보기 바란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