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 도로는 ‘도로 외 구역’으로 교통사고 단속과 처벌 불가…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A 군은 최근 캠퍼스 안에서 사고를 당할 뻔했다. 교내 도로에서 오토바이가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자신이 들고 있던 가방을 치고 급제동을 한 것이다. A 군은 곧바로 경찰에 사고를 신고했지만, 경찰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학 캠퍼스 내 도로는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아 경찰이 임의로 단속 및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A 군은 억울했지만, 다행히 본인은 다치지 않고 가방만 손상돼서 해당 운전자에게 합의금만 받고 합의했다.

 

교통사고가 빈번한 대학 캠퍼스

  최근 대학교 내에 평생교육원 및 상업시설 등 이 생기면서 외부인들의 교내 출입이 늘어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교내에서 택시 오토바이 자전거 등의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차량 간의 추돌사고와 보행자를 치는 사고 등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한선교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1~2015년 국립대 및 국립대법인 교내 교통사고 현황에 따르면, 캠퍼스 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건수가 총 483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공립대에서만 한 해 평균 70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1위는 서울대학교로 최근 5년간 31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2위는 전남대학교로 108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경북대학교가 38건으로 3위였고, 이외 국립대들은 최근 5년간 학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10건 이하였다. 청주교육학교와 한국체육대학교에서는 외부 차량으로 인해 보행자가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 한 의원은 학내 교통사고를 미리 방지하기 위해 택시, 오토바이를 비롯한 외부 차량이 교내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통제해야 한다.”안내표지판 안전거울 과속방지턱 등의 교내 안전장치도 확대 설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캠퍼스 내에선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대와 같이 대중교통(시내버스 2, 마을버스 1개 노선)이 교내를 운행하는 등 불특정 다수에게 통행이 공개된 장소는 도로교통법상의 도로에 해당하지만 대부분 대학교는 도로 외 구역에 해당한다. 도로교통법 21항에 따르면 도로는 불특정 다수의 사람 또는 차마(車馬)가 통행 할 수 있도록 공개된 곳이라서 안전한 교통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장소로 명시돼 있지만, 학내도로는 불특정 다수가 아닌 학생과 구성원들을 위한 도로이기 때문에 도로교통법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학내 도로에선 사고유발 행위에 대한 단속 및 처벌이 불가한 상황이고 운전자과실이 명백해도 형사처분이 쉽지 않거나 사고처리가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도로교통법 위반 사항인 주정차 위반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속도위반 중앙선 침범 무면허 운전을 도로 외 구역에서 위반하거나 사고를 내면 뺑소니나 사망사고가 아니라면 행정 처분(과태료 벌점 면허 정지)및 형사 처분(징역과 벌금)을 받지 않는다. 다만 음주운전 사고의 경우 워낙 사고 건수가 많아서 지난 2011년부터 행정 처분은 받지 않아도 형사처분은 받도록 바뀌었다.

  도로 외 구역에서 일어난 사고는 공식적인 국가 교통사고 통계서도 제외된다. 이 때문에 위험실태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되지 않아 위험요인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등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도로교통법상 도로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도 있다. 일반적으로는 아파트 단지나 건물 주차장처럼 경비원이나 차단기가 있어서 외부 차량을 통제한다면 도로가아닌 것으로 본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 사고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엇갈린다.

  지난 1996년 대법원에서는 대학교 내 캠퍼스를 시설물로 봐야 한다며 도로가 아니다.’ 라고 판단했었다. 반대로 지난 2006년에는 불특정 다수가 통행하는 길로 도로가 맞다.’고 판단하기도했다. 이렇게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다 보니 사고가 나면 무조건 보험사 측이 제시하는 과실 비율에 따라야 하는 형편이다.

학생들의 안전불감증도 문제

   캠퍼스 안에서 스쿠터나 자전거 등을 타면서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는 학생들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또 스마트폰을 보거나 이어폰을 낀 채 걸어 다니는 학생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학생들의 안전 불감증은 학내 교통사고 위험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 고려대학교 법학관 앞에서 해당 학교 사학과에 재학 중인 여학생이 학교셔틀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피해 여학생이 휴대전화를 보고 있어 미처 셔틀버스를 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사고 이후 고려대 재학생들은 교내 도로가 인도와 차도 구분이 없고 좁아 사고 위험이 항상 있었다.”며 학교에 항의하기도 했다.

  본교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지난 16() 본지가 학생회관 앞 및 미래관 앞에서 교내 통행 상황을 살펴봤더니 스쿠터를 타면서 보호장구 미착용 스마트폰을 보며 이동 이어폰을 끼고 이동 차도와 인도 구분 없이 통행 등의 위험한 행동은 교내에서 빈번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본교에 재학 중인 김남희(법학·14) 양은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인도로만 이동하기엔 불편함이 있다.”일반적으로 인도와 차도 구분 없이 이동을 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본교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심지어 그런 학생들 옆에는 자동차가 지나다니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걷는 보행자는 그러지 않는 경우보다 주변 차량을 인지하는 거리가 절반정도까지 짧아져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와 <조선일보>가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보행자는 일반적으로 차량이 11.9m 거리에 접근하면 차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스마트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길을 걸을 때는 차량이 7.7m 앞까지 다가왔을 때에야 차 소리를 알아챌 수 있었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 4.7m로 그 거리가 훨씬 짧아졌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대학 캠퍼스에는 시민도 많이 드나들고 시내버스 노선이 들어가기도 하는데 안전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허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내에서 교통안전을 살피지 않는 보행자들은 그만큼 자신을 위험에 노출하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교통 환경 개선하려는 대학도 있어

  쾌적한 교통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일부대학도 있다. 연세대학교에서는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를 벌여 연세대의 상징인 백양로 지하에 차량통행로와 주차장을 만들고, 지상에는 친환경 녹지의 보행로와 광장을 조성했다. 백양로 사업단 관계자는 이 사업의 가장 큰 목적은 지상에 친환경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것이었다.”라며 전체 38,000평 중에 18,000평을 녹지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인데 이 공간이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광운대학교도 광운스퀘어 및 80주년기념관 건립사업을 통한 지하주차장 확대 녹지공간 조성 차 없는 그린캠퍼스라는 계획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이며 오는 9월 완공될 예정이다. ‘광운스퀘어로 명명된 지하캠퍼스는 지상 4, 지하 3층 규모로 학술정보관 강의실 세미나실 학생편의시설 주차장 광장 등이 들어선다. 광운스퀘어 사업단 관계자는 더욱 쾌적해진 교육환경은 물론 구성원들에게 캠퍼스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높일 수 있을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숭대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