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목)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대학의 인문학 역량 강화를 위한 코어 사업에 서울대 등 16개 대학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의 참여 학과 및 학생 수 등 참여 규모와 사업 계획에 따라 대학에 1년간 450억 원, 최대 3년간 1,35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각 대학은 지원금 총액의 20%를 모든 계열 학생에 대한 인문역량 강화와 인문학 기반 조성에 사용해야 한다. 코어 사업에 따른 학과구조 개편 등 제반 사항은 사업 종료 후 5년까지 유지하도록 해 사업 효과가 지속되게 했다.

  선정 대학은 수도권에서 △가톨릭대학교 △고려대학교 △서강대학교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 7곳, 지방에서 △가톨릭 관동대학교 △경북대학교 △계명대학교 △동아대학교 △부경대학교 △부산외국어대학교 △전남대학교 △전북대학교 △충북대학교 9곳이다.(표 참고)

  애초 코어 사업에 지원한 대학은 총 46곳이었으며 교육부는 25곳 내외의 대학을 선정할 예정이었다. 교육부는 인문학 전문가로 구성한 ‘사업평가위원회’를 꾸려 1단계 평가(서면)에서 33개의 대학을 걸러냈고 이후 2단계 평가(발표 및 질의·응답)를 진행해 16개 대학을 최종 선정했다.올 상반기 중 코어 사업 지원 대학을 4~7곳 추가 공모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교육부는 이번 선정에서는 전체 예산 600억 원 중 450억 원만 배분하기로 했다.

 

  정부, 코어 사업으로 대학 인문 역량 강화하겠다
  코어 사업은 교육부가 대학의 인문학을 육성하는 최초의 사업이다. 코어 사업은 대학구조개혁평가 과정에서 순수인문학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과 인문계열 학과들이 특성화 없이 난립해 시대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출발했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인 △BK21(Brain Korea 21), △CK(수도권대학 특성화 사업) △LINC(산학협력선도대학 사업) △ACE(학부교육 선도대학육성 사업) 등을 이공계열 위주의 학과개편으로 진행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프라임 사업 역시 이공계열 중심으로 구조개혁을 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대학의 인문학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코어 사업의 기본계획 확정내용을 발표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코어 사업의 핵심목표는 대학 인문 역량 강화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글로벌지역학 모델 △인문기반 융합 모델 △기초학문 심화 모델 △기초교양대학 모델등의 특화된 인문학 교육 모델을 제시하며 인문학 전공 학생이 △경영 △사회과학 △이공계 등의 지식도 함께 갖춰 융복합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인문학 분야의 100여개 학회와 연구소가 가입한 단체인 한국인문학총연합회 위행복 대표회장은 “코어 사업을 통해 인문학은 더 강화되고 사회의 요구에도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인문학의 깊이와 넓이를 확대하는 성공적인 사업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코어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도 대부분 교육부가 제시한 융합전공 모델을 기초로 사업을 계획했다. 부경대는 해양도시라는 지역적 특성을 반영해 △해양문화경영 △해양수산기록관리 △해양문화콘텐츠 △해양기반비즈니스 외국어 등의 인문기반 융합 전공을 신설했다. 그 밖의 어문계열학과를 보유한 대학들은 어학 능력과 지역적 지식을 융합해 글로벌 지역전문가를 양성하는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코어 사업은 획일화된 각 대학의 인문대학을 차별화하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겠다는 취지다.”라며 “사업계획이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대학 위주로 사업선정을 했다.”고 말했다.

 

  코어 사업이 오히려 인문학을 죽인다?
  일부 인문학계에서는 코어 사업이 오히려 순수인문학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코어 사업의 핵심 모델이 기존의인문학을 사회수요가 많은 학과와 융복합하는 것과 다름없어서 무게중심이 인문학이 아닌 취업에 유리한 학과로 쏠린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교육부 구조개혁 사업 반대 시위에 참여한 류덕경 한양대 인문대학생회장은 “코어 사업도 유행성 학과 중심의 통폐합을 조장할 우려가 크다.”며 “예산 대부분이 융·복합형 모델 지원에 책정돼 있는데, 융·복합이란 말이 실상 인문계열을 타 전공에 흡수시키는 데 쓰이는 그럴듯한 핑계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심으로 기초학문을 육성하려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후속세대를 길러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코어 사업이 인문학 발전을 저해할 수 있는 우려가 있고, 학생들의 취업률 제고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인문학 같은 기초학문은 멀리 내다보고 계획을 짜야 하는데 코어 사업 대부분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현재의 사회수요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지적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여러 잡음도…
  코어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이 일부 지역에 지나치게 쏠려 교육부가 사업 선정에서 지역적 안배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사업 선정을 지역을 수도권과 지방으로만 구분했으며 세부 권역별 구분은 하지 않았다. 이에 수도권에서 선정된 대학 7곳 중 6곳은 서울에 있는 대학이었고, 경기지역에서는 가톨릭대만 유일하게 선정됐다. 재정 지원금도 서울권 대학과 경인권 대학을 비교하면 10억 원 정도의 차이가 났다. 경인권 A 대학 기획처장은 “매번 교육부 사업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분만 이뤄져 경인 지역 대학은 역차별을 받는 실정이다.”라며 “사업 대부분이 모두 수도권이란 이름으로 서울권과 묶여 있어 서울에 있는 대형 대학과 경쟁해야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2010~2014년 사립대 국고보조금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서울권 사립대에 지원된 국고보조금은 약 2조 229억 원으로 전국 153개의 사립대 국고 보조금 4억 6,791억 원 중43.2%에 달했다.

  또 16개 선정 대학 중 충청권에서는 충북대 1곳만 선정됐을 뿐 나머지 대전·충남 지역의 대학은 모두 탈락했다. 반면 부산지역에는 △부산외대 △동아대 △부경대 3곳이 선정됐으며 대구지역에는 경북대와 계명대 2곳이 선정됐다. 충청권 B 대학 교수는 “대전·충남지역의 선정 대학이 하나도 없는 것은 지역배분 차원에서 편파적인 결과다.”라고 말했다.

  대학이 교육에 써야 할 등록금을 코어 사업 등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컨설팅비용으로 무분별하게 지불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 중 액센추어, 멕켄지 등 유명한 외국계 회사는 1회 컨설팅에 약 10억 원, 삼일회계법인 등 국내 유명 업체는 약 5억원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C 대학 기획예산처장은 “대부분 대학들이 자문 업체와 계약을 맺고 대학 평가를 대비해 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라며 “매년 몇십 억 짜리 사업들을 수주하기 위해 외부업체에 맡기면 선정이잘 된다고 알려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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