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56일부터 9일까지 조선노동당 제7차대회가 열렸다. 36년 만의 대회는 말 그대로 김정은에 의한, 김정은을 위한잔치로 끝났다. 이번 대회는 작년 10월 말에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으로서 김정은이 북한에 만연된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을 것인지가 주목되었다. 김정은은 지난 4년 반의 통치기간, 특히 당 대회를 준비하는 6개월 동안 북한이 안고 있는 부실의 규모와 심각성을 목도하였을 것이다. 실전 배치했다는 무기를 발사해 봐도, 국가 기관이나 개별 간부를 조사해 봐도 어느 곳 하나 제대로 된 구석을 발견하기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 선대 수령이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실상을 낱낱이 드러내고 통렬히 비판할 수 있었을 것이나, 아버지의 정책 실패이기도 하니 덮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번에 김정은에게 새롭게 주어진조선노동당 위원장이라는 직책과 관련하여 일부 북한 전문가들이 그 의미를 해석하느라 분주하지만 이것도 김정일이 잘 못 끼운 단추 때문에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해프닝에 지나지 않는다. 이 문제의 답은 김정일의 성격분석에서 찾는 것이 좋겠다. MBTI 16가지성격분류에 따르면 김정일의 성격은 INFP, 내향, 직관, 감정, 인식형에 가깝다. 이 유형은 상대방을 잘 알기 전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예술 등 독립적인 일에 관심이 많으며, 원리원칙·절차·시간 등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특징을 갖는다. 8살의 어린나이에 어머니를 여읜 김정일로서는 아버지의 사랑이 계모와 이복동생들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절치부심 노력한 끝에 아버지의 환심을 얻어 후계자가 되는 데 성공하였으나, 애당초 정치지도자와는 어울리지 않는 성품을 타고났다.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여 새벽에 취침하여 오후에 일어나는 생활습관, 흥이 나면 업무를 몰아치다가도 열정이 식으면 며칠 동안 아무 일도 않고 지내는 등 전형적인 예술가의 삶을 살았다. 굳이 정치를 한다면 노동당 선전선동 업무를 관장하는 역할이 적당하였을 것이다.

   김일성이 죽자 김정일의 이러한 성품은 그대로 드러났다. 권력 승계를 할까 말까 머뭇거리는 사이에 100, 1, 2년이 지나가자 유교의 전통적인 상례(喪禮)에도 없는 3년상’ (유교의 ‘3년 상은 실제로는 만 2년임)을 들고 나왔다. 내부적으로 여러 가지 권력승계 방식에 대한 검토를 마친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명분이 없자 김일성 사망 33개월이 지난 199710월에 당 총비서직을 승계하였다. 이후 국가 주석직을 승계하려고 구체적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1998810일부터 828일까지 노동신문은 해외의 30여 개 친북단체들이 김정일을 국가 주석으로 추대하기 위한 모임을 결성한 소식을 보도하였다. 김정일의 결심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행보였다. 그러나 김정일은 마지막 순간까지 고심하다가 끝내 결심을 바꾸어 정례적인 외빈 접견과 의전행사를 감당해야 하는국가 주석직 승계를 회피하였다. 199895일 대포동 1호 발사(실제 발사는 831) 사실을 공표하여 북한 전체를 광란의 도가니로 만든 지 하루 만에 김일성을 영원한 국가주석으로 추대하고, 최고인민회의의 상임위원장 자리는 김영남에게 형식적인 국가수반의 역할을 맡게 하는 방식으로 급선회하였다. 그러고 나서 북한은 김정일의 이 같은 조치를 의 전형으로 선전하였다. 그러나 효를 구실로 왕위를 승계하지 않은 예법 자체가 없고, 북한이 김정일의 국가주석 승계 준비를 본격적으로 한 증거가 있으며, 백보를 양보하여 그 행위를 효성으로 포장하기 위해서는 당이 국가를 영도하는 북한에서 국가주석보다는 당 총비서직을 김일성에게 돌렸어야 했다는 점 등에서 이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결국 북한에서 선대 수령에게 최고직위를 부여하여 효행으로 선전하는 관행은 사람 만나기를 꺼려하고, 의전행사를 싫어하는김정일의 성격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김정은이 2012년에 김정일을 당 총비서로 추대하고 자신은 당 제1비서에 취임함에 따라 청년동맹의 최고 직책이 ‘1비서에서 위원장으로 바뀌었는데, 이번에 다시 김정은의 직책이 위원장으로 되었기 때문에 그 직책도 다시 바뀌어야 한다. 이런 식의 직책 놀음과 관련하여 북한에 묻고 싶다. “수령이 계속 대를 이어 간다면 훗날 복잡한 직책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이 체제의 불안정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인가?” 북한당국은 이러한 행태를 그만두고, 사회전반에 만연된 암 덩어리들을 발본색원하는 대혁신을 모색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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