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오브 맨>은 <그래비티>(2013)로 잘 알려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2006년작 SF 영화이다. 십 년의 세월을 거쳐 비로소 국내 상영을 시작한 이 영화는 놀라울 만큼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다. 물론 SF 장르에서 현실성을 찾는 일이 익숙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그 흔한 외계인이나 로봇의 등장 없이 미래 사회의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027년의 영국이다. 난민수용 거부, 이슬람과 기독교의 갈등, 인권 문제, 반복적인 테러의 발발로 세계는 종말을 향해 가고 있다. IS 테러와 브렉시트 문제를 눈으로 접할 수 있는 사회이기에 영화는 미래 속에서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 중 ‘칠드런 오브 맨’이 현 시대와 구분되는 설정은 ‘불임’ 코드에 존재한다. 2027년의 인류는 종족 번식 능력을 상실한다.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나이 어린 18살 디에고의 사망으로 시작된다. 동시에 TV에서는 자살을 돕는 약 콰이어터스(Quietus, 죽음)의 광고가 나온다. 바야흐로 종말의 시대인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불법이민자 사냥은 무자비하기 그지없다. 이민자 저항조직 ‘피쉬단’의 테러와 납치 역시 그 잔혹함을 더해간다. 이 아수라 속 유일한 희망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민자이자 흑인인 18세 미혼모 임산부 키(Kee)이다. 혼란한 현실 속, 뱃속의 아기는 태어나기도 전부터 정치 세력의 도구로 전락한다. 국경의 바다로 가 미래호에 탑승하는 것만이 인류를 위한 가장 올바른 방법이다. 정부와 저항조직 모두에게 쫓기는 그녀의 곁을 지켜주는 인물은 바로 영화의 주인공 테오(Theo)이다. 두 인물들의 이름이 종교적으로 모성과 모성을 지키는 신을 상징하는 만큼 그들이 걷는 길은 구도의 길과 같다. 아이를 잃고 허무주의자로 살아가던 테오는 키와의 여정을 거치며 다시금 삶의 가치와 믿음을 찾는다. 그 속에서 아기는 한 ‘사람(man)’이 아닌 ‘인류(men)’ 그 자체가 된다. 영화는 생명에 대한 경외를 통해 미래가 우리 모두의 것임을 상기시킨다. 15분 가량의 롱 테이크는 이 영화의 진수이자 가장 주목할 만한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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