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아침과 밤이 제법 쌀쌀해졌다. 그렇다. 가을이 왔다. 날씨는 선선해지지만 나의 마음은 여전히 덥고 습해서 하루 종일 기운이 없다. 내 마음속 날씨는 항상 폭염주의보다. 소위 ‘헬조선‘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마음은 항상 뜨거운 지옥불인 것만 같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의 냉수를 뿌려보지만, 불은 더욱 커진다. 그렇다. 아프면 흉터와 정신적 충격만 남기 마련이다. 그렇게 답답한 나의 마음을 어찌할 바 몰라 ‘대통령이 저 모양이니 나라가 이 모양이지’, ‘청년은 살기 힘들다’, ‘이민 가고 싶다’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는다.

  지친 나에게 선물을 주고자 ‘밀정’이란 영화를 보았다. 영화의 재미를 떠나 그것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곳에는 지금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헬조선’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물론 영화지만, 그들의 죽음을 내 눈으로 봤을 때, 나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광복을 꿈으로만 그리다가 죽어간 그들의 땀과 피를 나는 처참히 짓밟고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너무나도 이 나라에서 당연하게 살아왔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불평했다. 국민이란 이유로 당당하게 불평하며 살아왔다. 나라에 대한 감사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안다. 불평만으로는 변화되는 것이 없다는 것을. 하지만 나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고자 불평해왔다. 그리고 그 위로는 점점 나를 더 불구덩이로 몰아갔다.

  ‘헬조선’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바뀌어야 할 부분도 많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나라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에겐 꿈 그 자체였다. 그러니까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보자. 이 나라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무차별하게 죽임을 당하진 않지 않은가? 우리는 이 시대에 맞는 우리만의 방식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여 우리가 꿈꾸는 살기 좋은 나라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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