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의 계절이 오면 한국은 몸살을 앓는다. 일본은 올해까지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22명이나 배출했다. 우리는 그걸 부러워하며 우리가 못 받는 걸 안타까워하다가 곧 잊는다. 노벨상 계절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씨앗을 뿌리지 않고 거둘 생각만 하는 것이다. 
  1957년 10월 소련이 최초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자 깜짝 놀란 미국은 서둘러 그해 12월 뱅가드 호를 발사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실패 원인 조사 보고서 마지막 쪽에는 “중·고교 수학교과과정을 바꿔야 한다”는 글귀가 나온다. 학교 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우주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미국은 1958년 우주항공국(NASA)을 출범시키고 온갖 노력을 쏟은 끝에 1969년 최초로 사람을 달에 보내는데 성공했다. 
  한국의 교육현장은 어떤가. 참신한 발상을 기대하기는커녕 정해져 있는 답을 빨리 찾으라고 가르친다.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되는가라는 4지선다형 물음의 정답은 이미 물이라고 돼 있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걸 생각할 여유도 이유도 없다. 
  대나무는 씨앗을 심으면 처음 4년 동안은 아무 것도 돋아나지 않다가 5년째에 죽순이 돋아나기 시작, 순식간에 15~25미터 높이로 성장한다. 4년은 뿌리를 튼튼히 내려 그 힘으로 성장하려고 철저히 준비하는 기간이다. 세상이 어지럽고 앞길이 막혀있는 것 같아도 역시 대학은 희망이다. 대학에서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고 창조적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와야 한다. 그런데 대학은 과연 지성의 요람인가. 
  나는 숭대시보에서 새로 나온 서적을 소개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더욱이 대학출판부에서 출판하는 책도 소개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안 읽고는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책에 관한 정보제공을 대학신문이 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는가. 일간 신문에는 일주일에 한 번은 교양서적과 전문서적을 소개하고 서평도 실린다. 대학생이라면 무슨 책을 얼마나 읽었는가를 한 번 따져보라. 잘못된 정보가 뒤섞여 있는 인터넷을 뒤적이고 토막지식에 의존하며 대학생활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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