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코’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일코는 일반인 코스프레의 약자이며, 연예인이나 만화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현실에서는 그것들을 좋아하지 않는 척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욕을 하거나 혐오를 표하는 사람이 많았던 반면, 차별에 대한 경계가 이전에 비해 높아지면서 우리는 ‘취존’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취존은 취향 존중의 줄임말, 즉 남과 차별화된 취향을 가지고 있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언행을 하는 사람들을 존중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 ‘일반적’이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보편화된 인간군상을 의미한다.

  나는 남들 앞에서 쉽게 드러내지 않는, 남과 다른 취미와 취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드러낼 때마다 ‘취존’을 받아왔다. 그런데도 나는 가끔 그것이 정말 취존인가, 하는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그 뒤로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내 취미를 쉽게 ‘게임’이라고 한다면, 지금 게임을 하고 있지 않아도 나는 늘 게임만 하는 사람이 된다. 물론 진짜로 내 취미활동 중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 역시 그 못지않게 많다. 그렇기에 나는 그런 오해를 받을 때마다 내가 만날 게임만 하는 줄 아느냐고 따졌고, 그에 돌아오는 대답은 “그런 거 아니었어?”였다.

  그런 일을 수도 없이 겪다 보니 ‘취존’이라는 단어가 참 웃기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취존이라고 해놓고 나를 그런 사람으로 규정해 버린다. 그것은 곧 나를 향한 고정관념 내지는 편견이 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만난 사람들은 그것에 내가 염증을 느낀다는 것을 모른다. 취존은 상대를 욕하지 않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취존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취미나 취향을 들었을 때 일반적인 취미, 예를 들어 운동, 책, 영화 등을 취미로 들었을 때와 똑같이 느끼는 것, 또는 그 사람에게서 “놀고 있어”라는 말을 듣고 “뭐 하고 노는데?”라는 질문을 하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취존이다. 그러니 당신도 잘 생각해 보라. 자신이 과거에 했던 그 ‘취존’이 사실은 그 사람을 자신과는 다른 부류로 여기는 것은 아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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