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왜 배워야 하는가?”, “이 작품을 왜 읽어야 하는가?”를 묻는 독자에게 평론가는 답을 내놓는다. 평론가가 펼치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주장이자 논리다. 평론가는 남들이 그 주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한다.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인 박동억(국어국문‧06)동문도 마찬가지다. 그는 문학을 해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또 하나의 문학을 만들어냈다. 또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정형화된 삶 속에서 별처럼 빛나는 비정형을 만들어냈다. 그에게 진정한 문학의 길을 물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숭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과를 공부하고 있어요. 그리고 문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시를 공부하고 있고요.

 

  문학 평론이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간단히 말해서 평론은 문학 작품을 평가하는 것이에요. 우리가 문학을 배우기에 앞서 중요한 것은 문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라고 생각해요. 그 설명은 이 작품이 사회적으로 유의미하다던가 가치가 있어 읽어야 한다는 식의 설명이죠. 이 논리를 세우고 설명하는 것이 평론이라고 생각해요. ‘이 시는 사람들이 많이 읽어서 읽어야해’ 라는 단순한 논리보다는 한 작품에 대해서 우리가 이 작품을 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평론가의 주장을 펴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주관적이에요. 그래서 주장과 주장에 자신의 논리가 정확해야 하고, 남들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하죠.

 

  중앙일보에서 주최한 제17회 중앙신인문학상 평론에 등단하셨어요. 그 평론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이 평론은 함기석·정재학·황병승 시인들의 시를 바탕으로 작성했어요. 이 시인들은 큰 틀에서 봤을 때 두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어요. 첫 번째는 인간의 개성에 관해 설명했다는 것이에요. 보통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지대로 삶을 선택하며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로 보고 있는데, 이 세 명의 시인들은 그것이 아니라 현대사회는 정형화된 삶의 연속이라고 말해요. 고등학교 때는 대학을 선택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 취업하고, 취업 이후에는 결혼을 준비하는 것과 같은 획일화 된 삶이요. 그래서 이 시인들은 그런 정형화된 삶을 깨고 진정한 개성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고요. 그리고 이 고민을 시에서 난해하게 표현해요. 이 난해한 표현들을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을 찾다 보니까 제 평론도 좀 어려운 경향이 있긴 해요.(웃음)

 두 번째는 이 세 명의 시인들은 인간의 개성을 ‘추’와 결합시키고 있어요. 보통 사람들은 정해진 삶 속에서 살다 보니 비정형적인 잠재 요인을 추로 보는 것이죠. 예를 들어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이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동성애와 같이 성 역할에서 벗어나는 것들을 보면 이질감을 느끼는데 그것을 추하다거나 난해하게 보죠. 결국, 이 시들은 그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고 이 시인들은 그 틀을 벗어나 사유하고 있는 것이죠.

 한 명씩 자세히 살펴보면 함기석 시인은 분업체계에서 인간이 획일화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고 정재학 시인은 타자들의 시선에 의해 자신이 규정되는 것을 거부해요. 타인의 시선에서 친구로, 아빠로 이렇게 규정되는 것이 인간의 개성을 해친다고 생각한 것이죠. 황병승 시인은 성적인 면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틀에 묶이지 않는 것을 개성이라고 하고요.

 

  평론 제목을 ‘비정형’이라고 하신 이유가 뭔가요?

 비정형은 ‘일정한 형태나 형식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의미에요. 앞서 말했듯이 틀 속에 갇히지 않는, 규정되지 않는 그들의 상상력이 시를 통해서 드러나고 그것이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 간다고 생각해서 이 단어를 사용했어요.

 이 단어는 원래 1930년대에 바타유라는 작가가 미술 용어로 처음 사용했어요. 미술에서 진흙을 뭉개놓는다거나 형태가 없는 작품들을 설명할 때 사용했죠. 이 개념을 읽고 어느 부분에 응용해볼까 고민하던 차에 아일랜드의 대학교수들이 이 개념을 문학 작품에 적용할 수 있다는 글을 쓰셨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평론에 사용하게 됐어요.

 

  평론가와 작가는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세요?

 김수영 문학상을 받은 문혜진 동문이 시인과 평론가의 관계에 대해 연애하는 것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말이 공감돼요. 작가는 문학을 통해 자신의 체험과 감정을 녹여내고 평론가는 이를 읽고 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인데, 이는 상호 간의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연애처럼 서로 감정을 나누고 대화를 하는 거예요. 결국, 평론가와 작가는 평론을 통해서 교감하고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죠.

 

  평론 당선 소감에서 ‘시를 읽는다는 것은 나 자신을 읽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어떤 의미인가요?

 평론은 주관의 산물이라고 생각해요. 평론은 한 시인의 시를 읽고 그 시의 의미를 분석하고 그 분석을 토대로 시의 의미를 주장하는 글이잖아요. 주장하기 위해 논리를 세워야 하는데 그때 필요한 건 자신에 대한 분석이에요. 내가 왜 이 시를 이렇게 분석했나 하고 나를 분석하는 거죠. 결국 시를 깊이 읽는다는 것은 그 시를 읽고, 그 시를 읽고 있는 나 자신을 읽어 내는 과정이 필요해요. 이런 의미에서 그런 소감을 전했죠.

 

  어렸을 적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나요?

 학창 시절에 책 읽는 걸 좋아해서 숭실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했어요. 처음에는 시보다는 소설을 더 좋아했어요. 근데 좋은 스승님을 만난 덕분에 시도 굉장히 쉽고 명료하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그때부터 시를 공부하기 시작했죠.

 

  문학에도 많은 분야가 있는데 굳이 평론을 선택하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처음에는 게임시나리오나 단편영화, 광고 시놉시스 등 여러 가지를 창작했어요. 그러다 대학원에 들어가서는 본격적으로 시를 창작했죠. 그러다 제 스승님께서 평론가이시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평론을 준비했던 것 같아요. 학교 내 커리큘럼 자체에 시 평론은 없었지만 교수님께 수업 외적으로 많이 배웠죠. 그리고 평론을 준비하다 보니까 평론으로 등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평론에 박차를 가했던 것 같아요.

 

  평소에 평론을 쓰기 위해 어떤 공부를 하시나요?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은 기본이고요. 그 문학작품을 정교하게 읽기 위해 문학 외 분야도 공부하죠. 인간을 분석하고, 그 시가 담고 있는 사회를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문학뿐 아니라 사회학, 역사, 철학 공부를 병행해야 해요. 또한 우리가 하나의 사회를 설명할 때 하나의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죠. 특히 현대사회는 하나의 이유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들이 넘쳐나기 시작했죠. 그래서 되도록 모든 학문을 공부하면 좋겠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자기가 어떤 공부를 해야할지 방향을 정해놓고 공부해야 하죠. 저도 그렇고요. 저는 기본적으로 철학, 미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또한 사회학, 과학 분야도 조금씩 하고 있고요. 이 외에도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만나 스터디를 하기도 해요.

 

  평론을 쓰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평론은 한 작품에 대한 생각을 평론가 주관대로 펼치는 것이기 때문에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경우는 아직 젊은 축에 속하기 때문에 실수하더라도 과감한 논리를 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죠.

 

  시를 공부하는 학자로서 어떤 시가 좋은 시라고 생각하시나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시의 기준을 세울 수는 없어요. 사람마다 시를 감상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한 작품에 역사와 사회적 가치를 얼마나 잘 반영했냐를 중요시하는 평론가는 그 가치에 따라 기준을 세울 것이고, 인간의 내성이나 본질 중요시하는 평론가는 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얼마나 잘 파고들었냐를 중요한 기준으로 여길 것 같아요.

 결국 이 기준도 평론가 본인이 만들어야 하죠. 저는 인간의 개성, 개인의 고유성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가치를 잘 드러낸 시들을 골라 평론을 작성한 것이죠.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어요.

 일단 평론으로 등단했기 때문에 평론에 열중하고 싶어요. 큰 틀에서는 문학을 계속 연구하고 싶고요. 제가 평론을 준비하기 전에는 시 창작을 준비했었는데, 시 창작도 공부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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