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이 모인 거리는 놀라웠다.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사퇴’라는 구호를 백만이 외치는 것은 그 자체로 민심(民心)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박근혜 없는 세상’이 우리가 원하는 전부가 아니기에, 아직 끝나선 안 된다. 민중총궐기는 이미 끝나 버린 87년 체제를 넘어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발판이 되어야만 한다.

  지금처럼 70만의 촛불이 광화문 광장을 밝혔던 적이 있었다. 2008년에도 촛불은 한 달이 넘게 타올랐다.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반감이 시작이었으나, 그것만으론 설명이 불가능하다. 그것은 87년 체제의 파열음을 온 국민이 들은 탓이었다. 민주화가 되었지만 버젓이 군부 독재 세력이 청와대와 국회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우리의 삶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그 파열음이다. 70만의 촛불이 모였으나, 바뀐 것이 없었다. 국민들의 열망이 기성 정당으로 흡수되어 야당의 ‘선거 승리’로 압축되어 버린 것이다. 
 
  이미 스페인의 청년들은 해냈다. 거리의 대중운동을 토대로 만들어진 젊은이들의 정당, ‘포데모스’가 40년간의 양당제를 깨고 제3당이 된 것이다. 포데모스는 2011년 ‘분노하라’ 시위에서 시작됐다. 정부의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지역 공동체 단위의 논의들로 이어졌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젊고 자신감 넘치는 교수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와 그의 동료 교수들이 ‘포데모스’를 창당하자, SNS를 이용하는 젊은이들부터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낀 중장년층까지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게 되었다. 스페인의 청년들이 그러했듯, 우리도 우리의 정당이 필요하다.
 
  ‘좌우대통합’의 시대라고들 한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5%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검찰조사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청년들이 원하는 세상은 단지 ‘박근혜 없는 세상’이 아니다. 청년들이 자꾸 무언가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사회. 20대 사망률 1위, 청년들의 고통이 불가피한 숙명적인 결과가 아니라면, 지금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을 갈아치워야 한다. 박근혜 퇴진의 열망을 새로운 체제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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