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종합전형, 취지 역행·신뢰도 논란 일어
학생부종합전형, 취지 역행·신뢰도 논란 일어
  • 현재건 수습기자
  • 승인 2017.02.19 20:14
  • 호수 1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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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부분적 개선과 보완적 규제 시급해”
  서울 소재 ㄱ대학에 재학 중인 A군은 지난해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대학에 입학했다. 내신 성적이 4점대 후반으로 서울 내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A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고가의 학생부종합전형 컨설팅 전문 학원에 다녔다. 컨설턴트는 A군에게 진로를 설정해 주고, 그에 맞는 비교과 활동을 추천했다. A군은 학종 컨설팅 학원에서 대신 써준 생활기록부(이하 생기부)를 담임선생님에게 제출했다. 그리고 체계적으로 첨삭된 자기소개서를 원서와 함께 제출했고, 내신 4점대 후반으로는 서울권 대학에 진학할 수 없다는 주변인들의 우려에도 당당히 대학에 합격했다.
 
  학생부종합전형(구 입학사정관제)은 △생기부 △자기소개서 △면접 등으로 학생의 소질과 적성, 그리고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평가해 각대학 및 학과에 적합한 인재를 뽑는 전형이다. 이 전형은 성적 위주의 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잠재력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선행학습에 따른 사교육비를 절감해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이는 그 당시 획일적인 대학입시 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전형을 모색해 보자는 교육부의 의도를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2007학년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는 대학 10개를 선정해 입학사정관제를 시범 운영했고, 2008학년도부터 정식으로 도입하기 시작했다.
 
  최근 교육부와 각 대학은 이 전형의 효과를 기대하며 선발 인원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전국의 4년제 대학들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7만 2,101명의 학생들을 선발했고, 내년에는 8만 3,231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 전국 4년제 대학교의 모집 인원 중 수시 모집 인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67.4%인데 그중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된 인원이 29.5%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최근 전형의 취지와 달리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고가의 사교육이 성행하고, 평가기준인 생기부가 조작 가능성으로 인해 신뢰도를 잃으면서 학생부 종합전형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학생부종합전형, 취지와 달리 사교육 조장해
  지난 8일(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공동으로 전국 17개 시·도 고교 학생·학부모·교사 2만 4,9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입전형 인식 실태조사’에서 사교육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전형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그러한 인식에 대한 이유로 ‘준비해야 할 영역이 너무 많다’를 1순위로, ‘입시 준비에 부담이 커 수능을 준비하기가 힘들다’를 2순위로 뽑았다. 
 
  현재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안정적으로 대학에 입학하고자 수시와 정시를 둘 다 준비하고 있다. 내신 성적과 수능은 물론 비교과 영역까지 모두 준비해야 해 입시에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이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2국장은 “설문조사로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도입된 학생부종합전형이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내신과 각종 비교과  활동, 그리고 수능최저학력기준과 면접까지 이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하는 현행 입시 전형은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 강남에서는 △전형분석 △진로 설정 △비교과 관리 △생기부 점검 △수시 지원 △자기소개서 첨삭 등을 체계적으로 도와주는 고가의 학종 컨설팅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2015학년도 강남교육지원청에 등록된 강남구소재 교과교습 학원의 진학 컨설팅 월평균 비용이 70만 원에 달했는데, 이는 2015학년도 고등학생의 월평균 사교육비에 해당하는 약 25만원의 3배 가량 높은 비용이다.
 
 
  날조에 조작까지…생기부 신뢰도 추락해
  생기부에 거짓된 내용이 포함되며 교사 외에 타인이 생기부를 조작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생활기록부에 대한 신뢰도 역시 추락하고 있다.
 
  A군은 중학교 때 축구 대회에서 수상을 했을 정도로 축구를 잘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축구 수행평가가 있었을 때는 쉽게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컨설팅 업체에서 “넌 축구를 못하는 아이였지만 엄청난 연습량으로 수행평가 만점을 받았다고 생기부에 기재하는 것이 좋겠다”라며 생기부를 수정해 올 것을 요구했다. A군은 컨설팅 받은 생기부 내용을 담임선생님에게 전달했고, 담임선생님은 거의 그대로 기재해 주었다. A군은 “이렇게 생기부에 거짓으로 기재된 내용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본래 생기부를 기록하는 교사 외에 타인이 생기부를 조작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20일(금) 성남시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생기부 조작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고 자녀의 학생부를 수차례 조작한 전 교무부장 김모씨를 고발했다. 김모씨는 교무부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3년도부터 2015년도까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임의로 접속해 학교에 재학 중인 딸의 생기부를 조작했다.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고교 학생부 조작·오류 현황’을 공개했고, 지난 4년간 총 371개교에서 419건의 생기부 조작·오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해마다 느는 생기부 조작·오류로 생기부 신뢰도에 대한 학생, 학부모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나이스 상 생기부 관리 시스템을 개선해 인위적 조작이 불가능하게 하는 등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는 유지하되, 문제점 보완해 나가야 
  현직 교사들은 학종 자체에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지방의 ㄴ인문계고 3학년 담임교사였던 B씨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생기고 학생들의 수업 분위기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수업을 듣는 학생이 네다섯 명이 채 되지 않았는데 이제 수업을 듣는 학생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리고 과거와 달리 자신의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고 전했다.
 
  또 학종으로 입학한 학생이 대학에 더 잘 적응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일(목) ‘학생부종합전형 공동 컨퍼런스’에서 이한규 한림대 입학사정관이 △건국대 △대진대 △동국대 △서울시립대 △전북대 △한림대 총 6곳의 입학생 5만 5,439명의 학점을 분석한 결과 학종 입학생의 평균 학점은 3.2점으로 정시 입학생 평균 학점 3.08점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학종 입학생의 대학생활 적응도도 가장 높았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은 기본 골격을 유지하며 부분적 개선과 보완적 규제를 하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에 학종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생기부의 기재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사교육 유발 억제를 위해 제도적으로 보완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 “문제점 보완하기 위해 노력할 것” 
  교육부는 생기부 관리 강화에 나섰다. 교육부는 작년 11월 ‘학생부 기재 개선 방안’을 발표, 정해진 교사 외에는 생기부를 입력하지 못하게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보안을 강화했다. 그리고 담임교사가 학생을 상시 관찰해 추상적인 기재보다는 학습 과정 중심의 구체적인 기재를 통해 학생의 성장을 종합적으로 기록하게 했다. 교사 간 학생부 기재에 편차가 심하다는 지적에 따라 ‘학생부 기재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이번 개선방안으로 생기부 관리가 보다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교사의 생기부 기재 역량·책무성 또한 높아질 것”이라며 “생기부의 신뢰도와 공정성을 높여 학생의 성장과 학습과정 중심의 학교생활 종합기록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교육연구소 신동하 연구실장은 “현행 생기부는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라지만 단순히 입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생기부가 신뢰도를 가지려면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요소들만 담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지방의 ㄴ인문계고 담임교사 B씨는 “담임교사의 행정 업무 부담을 줄여줘야 학생 관찰, 생기부 기재에 더욱 시간을 쏟을 여유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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