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뛰어난 가인이 넘쳐난다. 역사 자료를 훑어보아도 우리 민족의 음악성은 어렵잖게 고증할 수 있다. 이러한 탁월성은 현대에도 여전하다. 오히려 한국의 문화적 자산으로 대표되고 있다. 전 세계로 위세를 확대하는 한류가 ‘아이돌’ 가수들의 활약에 기인한 것이기에 우리 민족의 음악적 재능은 세계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음악성을 이야기하려고 글을 시작한 건 아니다. 지난 15년도 가을에 끝난 유명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음악인의 노래를 들었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이십대 초반 나이의 참가자가 예선에서 불렀던 `양장점`이라는 제목의 자작곡을 들었을 때 꽤나 놀랐었다.
 
  갓 스물을 넘긴 가수가 `양장점`이라는 말을 아는 것도 신기했지만, 더 놀라웠던 것은 노래가 담고 있는 메시지였다. 대략 이런 가사다. “바야흐로 20년이 지나갔는데, 간판 위에 쌓여 가는 하얀 먼지들과 같이 내려앉는 근심 걱정에도, 또 건물들은 삭막하게 쌓여 올라가, 이제는 이별해야 하는 건가요. 나의 삶의 장소와 추억들도 이젠 다 허물어지고 무너지네. 내 작은 가게들은. 같이 좀 살자. 우리도 살자. 같이 좀 살자. 나도 좀 살자.”
 
  그런 가사는 소시민의 애끓는 절규가 이 시대의 아픔을 속속들이 겪어보지 못했음직한 소녀의 목소리를 타고 전해올 때, 더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노래를 자작한 그녀는 합정역에 위치해 있던 오래된 양복점이 불현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 체인점이 들어선 모습을 본 후 양복점 주인의 감정에 이입하여 노래를 만들었다고 한다. 더 이상 그 가게가 버틸 수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는 노래의 상황은 우리 주변에 일상화된 현실이다. 삶의 터전과 온갖 흔적들이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 순간, 극단까지 내몰린 심정에서 같이 좀 살자고, 우리도 살자고 내뱉는 읊조림은 웅변적이다.
 
  새 학기가 시작됐다. 신입생들이 찾아온 캠퍼스를 거닐다 스치는 그들에게서 희망보다는 절망을 먼저 떠올린다. 과연 이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그때는 지금보다 나아져 있을까라고. 취업난으로부터 시작되는 이들의 고단한 삶의 길이 해피 엔딩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는지. 이들의 입에서 는 장탄식이 나오지 않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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