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만에 서울대학교 학보의 1면이 백지로 발행됐다. 원인은 전 주간 교수와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대한 항의였다. 지난달에는 서울과학기술대학에서 신입생에게 배포될 예정이었던 학내 신문 2,000부가 강제로 수거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과기대의 편집장은 본부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팻말을 목에 걸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싸우고 있는 각 대학 신문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학생회관 207호에서 대학생활의 전반을 보냈다. 많은 시간을 보낸 만큼 많은 경험을 했다. 프라임 사업이 터졌을 때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어용이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취재를 요청했다. 고작 학생일 뿐인 기자를 무시하며 취재를 거부하는 직원에게 항의했고, 왜 학교 학생이 학교에 좋은 기사가 아니라 비판 기사를 쓰냐고 묻는 사람들에게는 따졌다. 자존심을 굽히고 순응하려는 내 자신에게 무섭게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야 했다.
 
  그러나 학생 기자로 활동할수록 점점 ‘학생 기자’라는 이름이 무거워진다. 나는 얼마나 기자의 역할을 잘 수행했나? 외부의 압력에 굴해 자신의 가치, 숭대시보의 가치를 저버린 적은 없는가? 자신의 한계를 수도 없이 경험했다. 취재의 부족으로 양질의 기사를 쓰지 못할 때는 실망감이 들었다. 비판 기사를 쓰며 항의 전화가 오지는 않을까 고민하는 자신을 볼 때마다 의지가 맥없이 꺾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 기자는 싸워야 한다. 비단 외부의 압력뿐만이 아니다. 편하고 쉬운 길로 따라가고 싶다는 마음,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과도 싸워야 한다.
 
  처음 ‘숭대시보’에 들어왔을 때 소개글을 읽은 적이 있다. ‘학생 기자는 학내 주요 정보를 알리고 해설함으로써 교내 구성원 간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도와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본부 및 교내 조직의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알려 시정되도록 해야 한다.’ 오늘도 이 글을 보며 고민한다. 내가 쓰고 있는 기사가, 우리가 만들고 있는 신문이 학교를 더욱 발전시키고 있는지 생각한다. 자기 생각을 당당히 말해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는 민주주의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는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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