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총아 ‘자비에 돌란’ 감독은 영화 <단지 세상의 끝>을 통해서 제69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의 쾌거를 거둔다. 평단의 반응이 썩 좋지 않았기에 자비에 돌란 감독의 수상을 두고 논란이 컸지만 마리옹 꼬띠아르, 뱅상 카셀, 레아 세이두, 가스파르 울리엘 등 프랑스의 대표 배우들과 자비에 돌란의 만남만으로도 영화는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영화의 시작은 예술가로 성공한 ‘루이’(가스파르 울리엘)가 12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면서부터다. 그의 귀향 목적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한 것에 있었지만 그는 옛날에 살던 집이 보고 싶어 왔다고 말한다. 여전히 가난한 집에 돌아온 그를 대하는 태도는 가족 구성원마다 미묘하게 다르다. 한결같이 루이를 맞이하는 엄마(나탈리 베이), 어느덧 성인이 된 여동생 쉬잔(레아 세이두), 성공한 동생에게 열등감을 가진 채 적의를 드러내는 형 앙트완(뱅상 카셀), 그리고 12년 만에 처음 보는 형수 카트린(마리옹 꼬띠아르)이 있다. 유일하게 타인인 형수와만 객관적인 대화가 가능할 뿐, 루이를 향한 적개심과 낯선 마음은 곧 갈등으로 심화된다. 루이가 도착한 집에는 가족의 따듯함으로 가득한 것이 아닌 헤어드라이어 소리와 서로를 향해 내지르는 고함으로 가득하다. 집이라는 공간은 아무런 의미 없는 말들과 침묵이 쉴 새 없이 반복되며, 침묵의 순간에는 인물의 눈빛만이 강조될 뿐이다. 반복되는 무의미한 대사는 마치 연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프랑스의 극작가 장 뤽 라가르스의 동명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인 만큼 영화는 연극적인 요소로 가득하다. 같은 단어를 끊임없이 변주해서 말하며 영화의 시작과 끝의 뻐꾸기시계 소리는 마치 막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듯하다. 의미 없는 말들이 점철되어 있기에 자신의 할 말만 거침없이 쏟아 내뱉는 인물들의 대화로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자비에 돌란 감독은 그저 가족이라는 명분하에 사랑하는 마음이 있음에도 소통이 단절된 가족들의 모습을 쫓아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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