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는 가장 가깝지만 마음으로는 가장 먼 나라. 8시 뉴스와 인터넷 신문 기사에 자주 오르내리는 나라.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속내를 좀처럼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나라. 이산가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땅, 바로 북한이다. 

  북한 내부를 촬영한 다큐멘터리가 이따금 방영되고는 있지만 북한 측에서 촬영 장소와 내용을 엄격히 통제하고 주민들과의 대화도 금지하고 있어 현실을 오롯이 담아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기에 카메라에 담긴 수만 장의 풍경이 북한의 실상이라고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여기 2006년 2월부터 2008년 7월까지 평양 주재 영국 대사로 근무한 존 에버라드의 생생한 북한 체험기 ‘영국 외교관, 평양에서 보낸 900일’이 있다. 저자가 평양과 그 주변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담아낸 350쪽 분량의 북한은 몇 편의 다큐멘터리보다도 북한의 신비로운 모습과 민낯을 더 많이 보여준다.
 
  으레 북한이라고 하면 우리는 주민 통제, 속박, 인권과 언론 탄압, 공포 정치, 공산 정권 같은 부정적인 뉘앙스의 단어를 금방 떠올려낸다. 거기에는 자유도 없고 평화로운 일상도 없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나 저자가 만난 평양의 엘리트 비핵심층은 정권과는 무관한 일상을 살고 있으며, 우리와 비슷한 관심사,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들의 삶은 가족과 노동이 거의 전부이다.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직장에서는 경쟁자를 끊임없이 경계한다. 여가로 스포츠와 영화도 즐기고 가족, 친구와 앉아서 이야기하며 한잔 기울이기도 한다. 책 내용에 맹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 동안 편견과 편향된 정보가 우리로 하여금 북한의 실상에 눈과 귀를 닫게 만들 수도 있음을 생각해 보았다.
 
  내용은 총 4부로 나눠진다. 1부에서는 저자가 본 북한, 사람, 삶을 이야기한다. 북한의 일상, 가족 관계, 결혼, 직장, 여가, 식사, 공휴일, 외모 가꾸기, 교육, 종교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들이 즐비하다. 북한 정권과 인민에 대한 이야기, 북한의 경제, 남한에 대한 북한의 태도도 언급한다. 2부에서는 평양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한국전쟁과 기근, 그리고 기근 이후의 모습을 통해 북한의 과거와 미래를 이야기한다. 4부에서는 각국의 대북 정책이 실패하게 된 경위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북한을 상대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자전거를 타고 곳곳을 누비는 저자에게 북한 군인이 다가와 사진 검열을 한 적이 있었다. 카메라에 별다른 사진이 없는 것을 확인한 군인이 “좋은 것만 부탁합니다.”라고 저자에게 말했단다. 이는 원서의 제목 ‘Only Beautiful, Please’가 됐다. 이 책을 읽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그래서 글의 제목을 ‘책으로 7박 8일간 북한 여행하기’로 붙여 보았다. 비행기 표를 예매할 필요도 교통체증도 없으니, 여러분도 북한으로 훌쩍 여행을 떠나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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