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崇實). 본교의 자랑스러운 이름은 직역하면 열매를 받든다는 뜻이 되며, 의역하면 열매를 진리에 비유하여, 진리를 섬긴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뜻깊은 이름을 바탕으로 본교는 120년, 즉 한 세기가 넘는 긴 시간 동안 명문 민족 사학으로서의 자긍심을 지켜왔다. 오늘날까지도 숭실은 명명에 충실하여 끊임없이 학문 탐구에 매진하여 많은 인재를 배출했고, 봉사의 정신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본 기자는 이러한 숭실의 정체성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숭실이 섬기고 있는 열매는 한참 썩은 열매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진리와 봉사보단 자본주의의 논리와 물질에 가깝다.

  본교 구성원 모두가 그렇다. 학생들은 취직을 위한 학점에 급급하며, 대학 본부는 재정난 탓에 당장의 재정사업에 참여하여 재정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어 대학을 이끄는 이들 역시 본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돈에 휘둘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과연 숭실은 이름대로의 길, 즉 진리를 섬기는 길을 온전히 가고 있는가? 현대 자본주의 논리에 입을 맞추는 것에 다급하여 숭실(崇實)의 의미를 잊고 있지는 않은가? 
 
  물론 대한민국의 현실이 오직 진리 탐구에만 골몰하는 것을 막고 있을 수도 있다. 오늘날의 우리나라는 자본주의의 논리에 잠식돼 학문의 가치마저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정부까지 대학들은 대학구조개혁평가와 재정사업 탓에 자본에 휘둘리는 것이 불가피했다. 이러한 현실에 학문 탐구를 위한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를 파악하지 못하는 탁상공론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정체성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애초 본교는 대학이며, 대학은 학문을 탐구하는 곳이다. 더불어 숭실은 진리를 섬기라는 사명이 있지 아니한가? 이에 본교는 자본주의 논리에 유연하게 대처하되, 본질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단순히 학점을 채우는 것에 목매는 것이 아니라 진정 진리를 탐구하며, 본교의 행정 본부와 리더는 자본에 휩쓸릴 것이 아니라 숭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찰하며, 신중히 살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했다. 그들은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대학가를 휘어잡았던 지난 정부를 비판하며, 대학에 대한 민주적인 정책을 펼 것을 약속했다. 또한 청년들을 위해 취업난을 해결해줄 것이라 공약한 바 있다. 새 정부와 찾아올 새 시대가 숭실의 정체성을 되찾는 것에 도움을 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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