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왜 이념 때문에 갈등을 빚는 것일까? 사람들 사이에서 이념이라는 것은 그만큼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념의 대립은 현실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이념의 대립은 해소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판문점은 이러한 질문을 던질 수 있게 하는 작품이다. 작중에서 주인공 ‘진수’는 기자 신분을 빌려 판문점으로 가게 된다. 작가는 그를 통해 남북의 대립이 이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냉철하고 사실적으로 지적해내며 대립의 당사자들인 남북 양측 모두를 비판한다. 또한 작가는 이념 대립이 매우 소모적이라는 것을 밝히고 이제는 그러한 대치 구도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한다. 이는 진수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사람들이란 참 묘해. 이렇게 멀리 앉아 있어도 어떤 순간, 한눈에 완벽한 교류가 가능해지니 말야.” 
 
 이념이란 무엇일까. 추상의 영역에 속하는 개념이 인간 사회에 깊숙이 파고들어 정치, 경제, 문화, 도덕 등 다양한 분야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우습고도 신기한 일이다. 이처럼 이념이라는 것이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광범위하고도 강한 만큼, 또 인간이 제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라 다른 입장에 처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만큼 인간 사회에서 이념의 대립으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불가피한 일일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도 이념 대립의 현장을 목격하거나 그 현장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념의 대립은 해소될 수 있을까? 그럴 필요는 있을까? 사실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사회에서 통일된 시각과 이념을 가진다는 것처럼 의심스러운 일도 드물 것이다. 더 성숙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건강한 대립과 조정은 장려될 필요가 있겠지만, 작가가 경계하는 ‘소모적인 대립’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판문점>은 우리가 그러한 갈등들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생각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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