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의 120년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숭실의 120년 역사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 신지민 기자
  • 승인 2017.10.16 16:47
  • 호수 11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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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0월 10일, 본교는 올해로 개교 120주년을 맞이했다. 매년 돌아오는 개교기념일이지만, 올해는 그 무게가 남다르다. 1897년 10월, 미국 북장로교 선교사 배위량 박사가 평양에 ‘숭실학당’을 설립한 그 날부터 본교는 근 120년 동안 여러 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한국 최초의 근대 대학’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다. 개교 이후 일제 치하에 전개된 풍전등화의 상황에서도 본교는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여러 지식인을 배출했으며,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항거하기 위해 1938년 3월 자진 폐교를 결정했다. 그러나 본교는 폐교와 6.25 전쟁 등 만만치 않은 고비에도 불구하고, 1954년 5월 서울에 재건됐다. 이후 본교는 1971년 대전대학교와의 통합 및 숭전대학교로의 발전, 그리고 교명을 다시 숭실대학교로 환원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다. 이로써 본교는 올해를 기점으로 12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본교를 시작으로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와 연세대학교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그리고 이화여자대학교의 전신인 이화학당 등 여러 대학이 줄줄이 설립됐고, 현재 ‘최초의 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혹자는 본교의 120년 역사가 다른 학교와 달리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으며, 오히려 본교가 ‘한국 최초의 대학’이라는 이름 뒤에 안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숭실의 120년 역사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우리는 어떤 개념을 학습할 때 가장 먼저 그 개념의 정의와 역사를 찾아본다. 그만큼 역사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 역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매 순간들이 퇴적물처럼 쌓여 만들어진 것으로, 오랜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물론 이는 그 자체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역사의 의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독립운동가 신채호 선생의 말처럼 삶의 방향을 정해주는 이정표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크게 두드러진다. 또한 본교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혼란의 시기를 거쳐 그 명맥을 유지해 왔으며, 많은 대학이 특정 기업을 등에 업은 채 급속도로 성장해가는 상황에서 자신의 힘으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이에 따라 본교가 지나온 120년의 역사는 본교 구성원들이 의지할 수 있는 터를 제공해주며, 앞으로 본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어준다.
 
  한편 본교가 숭실의 전통과 역사적 의미를 바탕으로 미래를 그려갔듯이 본교 구성원들은 숭실대학교의 일원으로써 본교의 역사를 이어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본교의 현재 위치와 한계를 파악하고, 이를 넘어설 해결방안을 찾고자 노력해야 한다. 본교는 현재 재정적 취약성과 학생정원 감소를 위한 대학구조개혁평가, 외부인이 갖는 숭실대학교의 선입견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첫 번째로 본교는 현재 극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총학생회는 매년 초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학생복지 합의안을 학교 측에 전달한다. 이때 매번 법인의 법정부담금인 사학연금을 교비로 대납하는 비율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곤 한다. 실제로 학년도별 본교 법인의 법정부담금 부담률은 △2013학년도: 40% △2014학년도: 11.9% △2015학년도: 10.1%로 점차 감소되는 추세이다. 이 같은 장기적인 재정 악화는 본교가 다양한 교육 사업과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감소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두 번째로, 교육부는 각 대학을 평가해 등급에 따라 정원 감축 비율과 재정 지원 규모를 결정하는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본교 역시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앞두고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학사제도를 개편하는 등 여러 가지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과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세 번째로는 외부로부터 본교가 갖는 이미지가 정체돼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4학년도 12월 본교는 학교발전을 위해 각 기업이 본교와 본교 졸업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사한 바 있다. 당시 대다수의 기업은 본교 졸업생들에 대해서 성실성을 가장 높게 평가했던 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꼭 갖춰야 할 덕목인 창의력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창의력은 개인차를 보이는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 인사팀에서 여전히 본교 학생들을 저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본교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아직 남아있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듯이 조직은 발생과 성장, 성숙, 쇠퇴라는 일정한 수명주기를 거치게 된다. 그중에서도 역사가 오래된 조직은 수명주기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주로 정체된 조직 내부 시스템과 주변 환경의 익숙함에 속아 현재 위치에 안주하려는 경향을 띠게 된다. 이때 가장 필요한 것이 혁신과 변화의 자세이다. 본교 역시 마찬가지이다. 개교 120주년을 맞이한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나, 이를 계기로 본교가 초심을 잃지 않고, 타 대학과 차별화된 발전 방향을 도모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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