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리 스콧 감독의 저주받은 SF 걸작 <블레이드 러너>가 <블레이드 러너2049>(이하 2049)의 타이틀을 달고 속편으로서의 화려한 귀환을 이룩했다. 전편이 도시와 복제인간이 공존하는 2019년의 로스엔젤레스를 다뤘다면 <2049>에서도 역시 어둡고 무거운 도시사회의 디스토피아를 드러내고 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LA, 빽빽하게 자리한 마천루와 네온사인, 인간과 복제인간이 인파 속에 자리하며 드러나는 필름누아르의 감성은 이제 2049년의 캘리포니아로 시선을 돌린다. 

  반란을 일으킨 복제인간으로 인해 복제인간 제조에 주력했던 타이렐사는 파산을 맞는다. 그러나 니앤더 월레스(자레드 레토)가 유산을 손에 넣으며 그는 복제인간으로 우주를 장악하는 꿈을 꾼다. 한편 블레이드 러너들은 인간의 통제가 불가능한 구 모델 복제인간을 추적하고, 은퇴시킨다. 경찰국에 몸담고 있는 ‘K’(라이언 고슬링)도 이 같은 존재다. 여전히 건조하고 어두운 회색 도시에서 펼쳐지는 <2049>는 지루하고 긴 필름누아르 영화의 장황함을 내포하고 있지만 드뇌 빌뇌브 감독은 이를 원작의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며 필름누아르와 SF의 결합을 절묘하게 완성 시킨다. 영화는 형사 K의 시선을 따라 전개되며 K가 과거의 기억들을 플래시백으로 떠올리며 복제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에서 K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모습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편과의 촘촘한 연결고리는 영화를 분석해 나가는 흥미를 더해준다. 결국 <블레이드 러너>와 <2049>의 연결고리가 그러하듯 인간과 리플리컨트, 원본과 복제된 것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갈등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인간과 리플리컨트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우리는 리플리컨트를 통해 인간으로서 잃어가고 있는 가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즉, 영화는 진정한 인간다움이 무엇인 지 환기 시켜주며 ‘기억’과 ‘사유’가 주는 의미에 하나의 메시지를 더한다. 수 십 년의 시간을 지나 돌아온 르뇌 빌뇌브 감독의 디스토피아는 그렇기에 속편으로서 그 가치를 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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