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학으로서 기독교 정신을 잘 구현해야 할 대학이 바로 숭실대학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 정신은 하나님에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동시에 요청한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사랑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함으로 그것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님을 증명해야 하며, 이웃에 대한 사랑은 이웃의 얼굴에서 진정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발견함으로 우리가 어떻게 하나님 사랑에 대한 확증을 얻어나가야 하는지를 알려준다고 본다. 이 때문에 진정한 기독교 정신은 어느 하나만이 아니라 두 가지 모두 동시에 우리의 삶에서 요구되는 명령이라고 볼 수 있다.

  얼마 전 학교에서 학회를 개최했다. 외부 손님들을 모시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심시간이 되어 교직원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손님 가운데 장애를 가지신 분이 계셨다. 식당에 오르기 위해 계단을 올라야 했는데, 휠체어 길이 없어 여러 사람이 힘을 모아 휠체어를 통째로 들고 올라간 일이 있었다. 사실 이 일을 겪으면서 속으로 부끄러웠다. 하나님의 대학을 자처하는 숭실대학이 과연 이웃을 맡기 위해, 아니 이웃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진정한 준비가 되어 있는 학교인가?
 
  휠체어 길이 없는 것은 비단 한 예일 것이다. 학교 구석구석에 낮은 자로 살아가는 이웃들이 있다. 단지 우리의 무관심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이들이 우리와 함께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 참된 하나님의 대학으로 나아가는 길이 무엇인가? 구호로 그쳐야 할 문제가 아니라 행동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 모두의 몫이 되어야 한다. 잃었던 사랑을 회복하고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누구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 아니라 낮은 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숭실의 모습이 되어야 한다. 낮은 자로 우리와 함께 하는 이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최고의 복이 되어야 한다.
 
  시대가 우리를 점점 더 헤쳐 나가기 어려운 경쟁의 터널로 몰아놓고 있다. 대학의 위기 속에 숭실이 더욱 혹독한 겨울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이웃을 잃을 수도 있는 위기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숭실, 하나님의 대학으로 이 위기를 이제까지 남들이 걸어보지 못한 숭실 만의 길로 만들어 가면 어떨까? 나만의 바람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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