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7.11.23 목 20:38
기획강연
‘심리학’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
박준용 수습기자  |  junyong98@soongsil.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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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7호] 승인 2017.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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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란 무엇일까? 힘든 사회를 살고 있는 대중에게 심리학이란 그저 작은 위로나 괜찮다는 말 한마디로 소비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인가가 소비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고, ‘심리학이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 또한 존재하지 않을까? 지난 7일(화), 서울창업카페 신촌점에서 『당신은 심리학에 속았다』의 저자이자 심리학 강사 허용회씨의 저자 강연회가 열렸다. 본 기자는 이 강연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심리학자는 사랑을 연구하지 않는다 

  ‘심리학자는 사랑을 연구하지 않는다’ 사실, 심리학자들이 사랑을 연구하지 않는 건 아니에요. 사랑을 연구한지 얼마 되지 않았죠.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탄생하고 백 년이 지나도록 심리학에서 사랑을 연구하지 않은 거예요. 심리학자들이 왜 사랑을 연구하지 않았을까요. 이를 알아보기 전에 먼저 심리학의 탄생을 알아볼 필요가 있어요.
 
  심리학은 철학으로부터 독립해 생겨난 학문이에요. 지금도 철학과 심리학은 연구주제를 공유하기도 하죠. 그럼 심리학과 철학이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연구방법론이에요. 인간에 대한 연구를 한다는 것은 같지만 방법이 서로 달랐던 거예요. 철학은 인문학적 방법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지만, 심리학은 그렇지 않았죠. 특이하게도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했어요. 인문학적 주제에다가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한 거예요.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측정’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요. ‘어떻게 감정과 같은 추상적인 물질을 측정할까’라는 부분에 집중을 했다는 거죠. 그래서 심리학을 소위 ‘과학적인 인문학’이라고 부르기도 했어요. 이는 심리학자들이 어떤 사건으로부터 현대 심리학이 출발했는지를 알면 더욱 이해가 빠르실 거예요.
 
  1879년, ‘빌헬름 분트’라는 학자가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에 심리학 실험실을 세웠어요. 심리학자들은 이 시기를 심리학의 탄생 시점으로 보고 있어요. 심리학 실험실을 세웠다는 자체가 그 당시에는 큰 패러다임이었죠. 이후 심리학자들의 ‘측정’에 대한 집착이 극단적으로 치달았을 때, 행동주의 심리학이 등장하기 시작해요. 행동주의 심리학이란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은 연구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심리학이에요. 인간의 마음이라는 불확실하기 짝이 없는 것이 어떻게 과학적인 연구대상이 될 수 있겠느냐는 거죠. 그래서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을 연구대상에서 배제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에 대한 연구를 했어요. 그러나 ‘블랙박스 이론’이 등장하면서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쇠퇴의 길을 걷게 돼요. 인간에게 자극을 주면 특정한 행동을 하는 건 알겠는데, 결국 그 행동을 ‘왜’ 하냐는 물음을 던진 이론이 블랙박스 이론이죠. 특정한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것은 인간의 마음인데, 그 마음에 대한 이해 없이 인간을 어떻게 연구 할 수 있냐는 거예요. 사실 이러한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의 인간의 마음을 외면하는 특성은 현대 심리학자들에게까지 잔재하고 있어요. 마치 강박처럼 말이죠. 심리학에서 인간의 마음을 측정하는 ‘조작적 정의’라는 것은 인간의 마음처럼 애매하고 불확실해서 현대 심리학자들도 꺼려하는 부분이기 때문이에요. 
 
  한 예시를 들어볼게요. 여러분이 심리학자가 돼 ‘좋다’라고 하는 개념에 대해 연구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떤 방법으로 연구할 수 있을까요? ‘좋다’라는 말이 실제로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살펴볼 수 있겠죠. 우리는 행복할 때 ‘좋아요’라고 말해요. 기쁠 때도, 흥미로울 때도, 신날 때나 감동적일 때도 ‘좋아요’라고 표현할 수 있죠. 그런데 사실 ‘좋다’라는 단어가 사용될 수 있는 곳은 더 있어요. 우리는 황당한 일을 겪었을 때도 ‘좋다’라며 빈정댈 수 있어요. 즉, ‘좋다’라는 단어에 어떠한 속성이 있어서 좋고 나쁜 감정을 느끼고 그 말을 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이처럼 심리학자들은 어떤 개념을 과학적으로 정의하는 ‘측정’의 과정에서 고통을 느꼈어요. 그리고 측정을 완료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은 ‘네가 지금 측정한 것에는 반례가 있어’라며 비판하죠. 심리학은 이런 학문이에요.
 
  이제 심리학자들이 사랑에 대한 연구를 외면한 이유를 알 수 있으실 거예요. 사랑은 우리 모두에게 공통되는 경험이면서, 개개인 각자의 고유한 경험이기도 해요.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사랑에 대한 연구를 피해 온 거예요.
 
  뿐만 아니라 심리학자들이 사랑을 연구하지 않은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초창기 심리학자들이 사랑이 아닌 다른 주제에 정신이 팔려 있었거든요. 바로 인간의 무의식이라는 부분이에요. 불안, 공포, 강박, 억압, 우울 등과 같이 인간의 무의식에 있는 어두운 측면에 관심이 쏠려 있었죠.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어두운 측면에 연구를 주로 했고 어두운 마음에서 보통의 상태로 끌어올리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심리학자들은 이내 마음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프지 않은 것일 뿐, 좋은 상태는 결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심리학계에서 긍정적인 마음에 대한 연구를 하는 ‘긍정심리학’ 이라는 연구주제가 등장하기 시작해요. 어두운 감정에 대한 연구에 몰두한 자신을 반성하는 것처럼 말이죠.
 
 심리학이 당신에게 괜찮다고 하는 이유
 
  우리는 몸이 아플 때 병원에 가죠. 그렇다면, 마음이 아플 때는 어떻게 할까요?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며 상담을 받거나, 이마저도 안되면 정신병원에 가거나… 수많은 방법들이 있을 거예요. 그런데 많은 이들이 서점에 가서 심리학에 관한 책을 집어 들곤 하죠. 실제로 심리학 도서가 베스트셀러 반열에 계속해서 오르고 있어요. 이는 일종의 진통제로써 심리학 도서를 읽으며 아픈 마음을 위로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에요. 실제로 그런 심리학 도서를 읽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주죠. 여기서 주목해야할 점은, 사실 심리학 도서들에 써진 문장들은 거의 다 비슷비슷하다는 것이에요.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같은 문장들이 즐비하죠. 그런데 심리학 도서들은 어떤 근거에서 그런 말들로 사람을 위로하며 당신에게 괜찮다고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에 대해 얘기해볼게요.
 
  첫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심리학 도서를 읽으면 ‘바넘효과’를 느끼게 돼요. 바넘효과(Barnum effect)는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격의 특성을 자신의 성격과 일치한다고 믿으려는 현상이에요. 예를 들면, 많은 이들이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심리테스트를 하면, 그 결과가 정말로 나의 심리를 말해주는 것이라며 착각을 하곤 해요. 그런데 심리테스트의 결과는 모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결과이기 때문에 믿게 되는 것이에요. 심리학 도서도 마찬가지죠. 책의 내용이 모두 자신의 얘기인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되고, 자연스레 위로를 받게 되는 것이에요. 반대로 바넘효과로 인해 많은 이들은 수많은 정신질환이 나의 이야기 같다고 느끼기도 하죠.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정신질환에 걸렸다고 생각하기 쉬워요. 여기서 무서운 점은 이런 생각들이 계속되다보면 ‘신체화 현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거예요. 자신의 정신에 대한 나쁜 생각들이 내면화돼 실제로 정신질환으로까지 발전하기도 하죠.
 
  두 번째 이유는 ‘심리적 현상의 양면성’ 때문이에요. 우울, 불안, 열등감과 같은 좋지 않은 감정들을 떠올려 보세요. 누군가는 그런 감정들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 하곤 하죠. 주변 사람들은 그들에게 아마 우울함은 떨쳐버리고, 불안해하지 말고, 열등감에서 벗어나라고 조언 할 거예요. 그런데, 정말 이러한 감정들은 그저 ‘극복의 대상’이기만 한 것일까요?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앞서 저는 모든 심리적 현상들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했고 우리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현상들 역시 이러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요. 우울은 우리의 감정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불안은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할 때, 조금 더 신중해 질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또, 타인과 비교로 인해 생긴 열등감은 사실 우리의 현재 위치를 자각하게 도와주고 동기를 부여하는 데에 자극제 역할을 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누군가를 봤을 때, 우리는 ‘비교하지 마, 있는 그대로의 너 자신을 사랑해’라며 위로해줘요. 그런데 사실 이 문장은 치명적인 오류를 가지고 있어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라고 하지만 정작, ‘비교하는 나’ 자체를 부정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심리학은 좋지 못한 감정들을 극복할 것에만 집중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 ‘부정적인’ 감정들을 더욱 느끼라고 할 수도 있겠죠. 모든 감정들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안 좋은 감정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그 감정들의 순기능들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심리학은 괜찮다”고 말하는 거예요. ‘비교하지 마’가 아니라 ‘비교해도 괜찮아’ 라고 먼저 말할 수 있는 거죠. ‘해라’, ‘말아라’라고 하는 당위적인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비교하는 나’를 먼저 받아들이는 것.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 때문에 힘들겠지만 그런 감정들을 느끼는 게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 그게 심리학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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