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목, 한국시각)에 열린 대륙 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페루가 뉴질랜드에 2-0으로 승리하면서 러시아 월드컵의 모든 진출국이 결정되었다. 이제 본선 티켓을 가진 나라들은 다음달 1일(금) 오후 11시 45분(한국시각) 모스크바 크렘린 궁전에서 조 추첨을 할 예정이다.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는 유달리 이변이 속출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에 패해 60년 만에 월드컵 진출 실패라는 결과를 받아든 이탈리아를 필두로, 네덜란드, 칠레, 미국, 가나, 카메룬 등 각 대륙의 강호들이 대거 초대받지 못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우리 대표팀 앞에 놓인 현실은 어둡다. 지난 9월 피파가 변경된 조 추첨 방식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대륙별로 포트를 구성해 우리보다 약한 상대를 만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난 10월까지의 피파랭킹을 기준으로 포트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로 인해 피파 랭킹 62위인 우리는 약자들의 집합인 4포트에서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우리와 한 조가 된 국가들은 4포트에 속한 우리를 1승 제물, 심지어는 다득점으로 승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볼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4년 전 브라질에서 우리는 벨기에-알제리-러시아와 한 조에 묶였다. 조 편성 직후 ‘알제리는 1승 제물’이라며 16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분석들이 만연했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특히, 당시 16강에 올라 우승팀 독일과도 대등한 승부를 펼쳤던 알제리를 과소평가한 대가를 혹독히 치렀다. 우리는 그때의 잘못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 대표팀이 9회 연속 월드컵에 진출한 팀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땅에서 열렸던 2002년 월드컵 이전에는 강팀들의 승점 자판기였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론 최근 평가전에서 비교적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상대가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 않았다는 점과 아시아 예선에서 원정 경기 승리가 한 번도 없었던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조 편성을 앞두고 의미 없는 경우의 수를 따지는 행위를 지양해야 하며 경쟁력이 약한 우리 축구의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대표팀을 향한 기대치를 낮춘다면 우리 선수들에게 성적에 대한 부담도 덜어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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