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의 한 DVD방, 한때는 핫 플레스임이 분명했던 공간이지만 이제는 폐업조차 마음대로 하기 힘들다. DVD방의 사장 두식(신하균)과 아르바이트생 태정(도경수)의 처지도 이 암울한 공간과 닮아있다. 야간 대리운전을 하며 투잡을 뛰는 두식, 그는 사장이지만 밀려가는 월세에 허덕이는 을이다. 갚아 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태정 역시 생활고에 허덕이는 을이다. 두 인물의 암울한 사정은 사장과 아르바이트생 모두를 을로 전락시켜 버린다. 그렇기에 돈이 최고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들이 돈을 위해 벌이는 사투가 영화의 핵심 갈등이 된다. 영화의 제목인 ‘7호실’은 바로 이 DVD방을 의미한다. 밀실과 같은 ‘7호실’은 영화 속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보여주는 하나의 공간으로 사용된다. 자신의 힘든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그들이 7호실에 숨기는 비밀들은 ‘돈을 위해 얼마만큼의 윤리성을 버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상통하기에 긴장감을 형성한다. 이렇게 영화 <7호실>은 을들의 싸움이 해결되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이 ‘을들의 싸움’은 그 자체로 무겁고 우울한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다소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는 을들의 사투에 블랙코미디를 끼얹어 경쾌한 리듬으로 영화를 끌어나간다. 동시에 스릴러와 호러 요소가 가미되며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또한, 영화 속의 모든 사건은 DVD방에서 이뤄지는데, 이는 마치 연극을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끌어내며 영화의 몰입감을 높인다. 마치 아무리 탈출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의 암울한 현실처럼 반복되는 DVD방의 등장은 밀실처럼 어둡고 답답한 우리의 현실 그 자체를 반영한다. 결국,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에도 마음 편히 웃을 수 없게 만드는 영화 <7호실>의 문법은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이나 보고 난 후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리는 과연 최악의 순간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질문에 대한 답이 정해져 있음에도 만약을 떠올리게 만드는 영화 <7호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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